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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칼럼] 국가폭력 피해자 선생님들의 생애사 구술을 시작하면서 (2017.4.28)2017-08-21 13:3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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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폭력 피해자 선생님들의 생애사 구술을 시작하면서

 

 

 인권의학연구소 소장 손 창 호 

 

   작년부터 인권의학연구소에서는 국가폭력(고문) 피해자 선생님들의 구술을 받고 있습니다. 올해에는 문항을 좀 더 체계적으로 하여서 선생님들의 생애 전체에 대한 구술을 받고 있습니다. 사실 구술이란 것이 하시는 분이나 그것을 받아내는 사람에게나 여간 성가신 것이 아니긴 합니다. 특히 적지 않은 피해자 분이 이미 재심과정이나 언론 인터뷰 등에서 과거의 상처와 고통을 여러 차례 증언한 바 있는 데도 불구하고 연구소에서 다시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 묻는 것이니 더욱 못할 노릇입니다. 하지만 피해자 선생님들의 생애에 대한 기록을 남기는 것은 재심 재판기록이나 언론 인터뷰와 다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기에 구술작업을 시작하였습니다. 생애사 구술이 중요한 이유를 제 나름대로 몇 가지 적어보았습니다.

 

 

 

 

  첫 번째로 “생애사” 이기 때문입니다. 재심 재판기록에서는 중요한 것이 국가폭력 즉 고문의 내용이나 피해정도, 조작의 증거 등 유무죄를 다루는 것이며 언론 인터뷰 역시 국가폭력의 비인간성의 폭로 같은 것 일 겁니다. 하지만 생애사는 피해의 내용 뿐 아니라 선생님들의 삶을 기록하고자 합니다. 국가폭력이 삶 전체에 미친 영향 뿐 아니라 국가폭력에 맞서고 견디면서 살아온 선생님들의 노력과 용기도 남기고자 합니다. 

 

 

 

  두 번째는 온전한 기록을 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지금도 가해자들은 국가폭력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가해자들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자신의 행위를 부인하고 지우려 할 것입니다. 국가폭력 피해자 선생님들의 재심은 국가폭력 문제 해결의 시작일 뿐입니다. 피해자 선생님들의 상처와 억울함이 조금이라도 풀리려면 피해자의 무죄 뿐 아니라 가해자의 유죄가 밝혀져야 할 것입니다. 현재까지 가해자에 대한 사법적 처리가 극히 예외적으로만 있었습니다. 가해자에 대한 사법적 처벌이 안되더라도 최소한 그들에 대한 사회적, 대중적 징벌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사회 정의 실현이고 피해자의 치유입니다. 그래서 그들의 만행과 그것이 사람의 삶 전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온전한 기록은 가해자들의 위선과 거짓을 폭로하는 데 밑바탕이 될 것입니다. 구술은 지워지지 않는 기록이 될 것입니다.


  세 번째로는 피해자 선생님들의 살아오신 이야기를 세상과 공유하기 위해서입니다. 피해자 선생님과 가족 분들이 겪은 고통은 바로 우리가 살아왔고 또 살고 있는 이 사회와 국가의 일입니다. 시민들이 국가폭력으로 인한 참혹함을 알아야만 앞으로도 그런 악행이 없는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하려면 국가폭력이나 고문이란 단순한 “단어와 말”만을 세상에 전하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피해자 선생님들이 우리와 동떨어진 생활을 하시던 분들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생활하던 시민이었다는 것 즉 선생님들의 이야기가 바로 내 이웃에서 일어났다는 것을 알려주어야 합니다. 그래서 국가폭력과 고문이 바로 자신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 자각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피해자 선생님들의 생생한 경험의 기록이 필요합니다.  

 

 

  구술기록의 향후 사용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정해진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구술기록은 추후 편집과정을 거쳐서 출판을 할 수 도 있고 또한 국가폭력과 관련한 연구의 소중한 기초자료로도 쓰일 수 있을 것입니다. 국가폭력으로 인해 선생님들이 겪으신 잔혹한 고통과 그리고 그 폭력을 견뎌온 노고는 우리 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공유하고 느끼고 각성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만 이 세상에 고문이 근절되고 인권이 신장될 것입니다. 인권의학연구소에서는 역량을 다하여서 도서출판, 논문발표, 언론보도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피해자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이 사회와 국가에 알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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