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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칼럼] 용한 의사? 용한 환자! -2부- (2017.6.27)2017-08-21 14:2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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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용한 의사? 용한 환자! -2부-
 

 인권의학연구소 소장 손 창 호 

 


  환자나 가족인 당신이 그렇다고 우울증이나 트라우마 후유증에 대한 모든 지식을 아는 것은 불가능하며 또 필요하지도 않다. 그래서 이런 치료전반에 대한 것을 의논해 줄 전문가가 필요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당신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당신을 위한 좋은 의사의 몇 가지 조건을 들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사족(蛇足) 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한번은 얘기해야 할 것이 자격증이다. 즉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여야 한다. 만일 갑작스런 가족과의 사별이나, 해외여행에 의한 시차적응의 같은 일시적인 불안 또는 불면증이라면 어떤 과의 전문의라도 무방하겠지만 만성우울증이라면 당연히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덧붙이자면 우리나라에는 뇌에 대한 질병과 관련된 진료과는 정신건강의학과, 신경과 그리고 신경외과가 있다. 이중 당신이 가야할 곳은 정신건강의학이다. 우울증을 비롯한 대부분의 정신과 질환은 그 호소하는 양상이 대단히 애매하다. 불안하다던가. 우울하다던가. 기분이 안 좋다던가 하는 증상들이 많다. 이런 것들은 우리가 매일같이 느끼고 있는 것 들이다. 통증이나 설사 기침과 같은 다른 질환의 대부분 증상들은 평상시에 우리가 느끼지 않지만 정신과 질환의 많은 증상들은 누구나 느끼면서 살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증상들을 통해서 이것이 병적인 것인지 또는 정상적인 반응인지를 구별하는 것은 쉽지 않다. 나 스스로의 정신과 수련경험이나 또 교육자로 전공의 지도경험을 통해 볼 때도 정신과적 증상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잘 기술하는 데만도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 예를 들자면 4년의 정신과 전공의 수련 기간중 최소한 2년차 중반은 되어야 환자가 정신증인지 신경증인지 하는 정도를 제대로 구분하고 2년차 말이나 3년차는 되어야 신뢰할 만한 진단을 제대로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따라서 정신과 진단기준만을 안다고 하여 피검사를 통해 빈혈진단 하듯이 우울증을 진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물론 빈혈진단 역시 피검사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치료적 측면에서도 그렇다. 치료방법은 아주 다양하다. 약물치료, 전기충격치료, 인지치료, 정신치료 그리고 요즘은 명상이나 안구운동을 통한 탈감작 및 재처리기법 등등 그 방법은 다양하며 그 방법들은 여러 유형의 환자에게 맞게 처방되고 실시되어야 한다. 이러한 다양한 치료방법에 대해 적절한 조언을 해 줄 사람은 아무래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여야만 한다.

  

  둘째는 당신과 잘 통하는 의사여야 한다. 당신의 얘기를 잘 들어주고 질문에 성실히 답해주는 의사가 좋다. 만약 당신이 “내가 가진 우울증이 유전되는 것은 아니에요?” 라고 질문하였을 때 당신에게 그런 것까지 신경쓸 필요없다고 한다던지, 그냥 괜찮을 것이라고 섣불리 당신을 안심시키려는 의사는 피하는 것이 좋다. 물론 당신 질문을 그냥 무시해버리는 의사는 당연히 제외된다. 만일 당신에게 우울증의 유전가능성을 인정하고, 그 위험한 정도까지 설명해 주는 의사를 권하고 싶다. 의사가 정확한 퍼센트를 기억 못하겠다며 당신 앞에서 책을 찾아보기라고 한다면 더 이상의 의사는 없다고 보면 된다.

  세 번째는 접근성이 좋은 의사를 선택하라. 진료를 받으려면 몇 시간을 기다려야 하고, 중간에 전화통화 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라면 당신에게 좋은 의사일 수가 없다. 당신이 갑자기 증상이 악화되거나 자살충동이 심해질 때 즉각 전화를 할 수 있는 의사여야 한다. 꼭 그 의사가 아니라도 같은 병원의 다른 의사나 간호사, 심리학자 또는 사회사업가 등등 누구이든 당신이 급할 때 바로 도움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당연히 집에서 너무 먼 곳도 좋지 않다.

  네 번째로 당신에게 진료에 대한 모든 정보를 기꺼이 공개하는 의사가 좋다. 적어도 당신이 스스로 용한 환자가 되려면, 당신은 당신이 복용하는 약의 내역, 복용방법, 부작용 그리고 현 치료방법의 합당한 근거를 알고 있어야 한다. 사실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처방약의 내역을 포함한 여러 진료정보를 환자에게 전면 공개하는 것을 꺼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것은 무슨 영업상의 기밀등과 같은 그런 이유라기보다 진료내용에 대한 전면공개가 치료에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가능성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 환자가 진료에 대한 정보를 모두 알게 되는 것이 부작용보다는 긍정적 효과가 더 크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리고 당연히 당신에게는 자신이 먹는 약에 대한 설명을 들을 권리가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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