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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과 피해자 치유에 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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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문화치유란 (2012.11.27)2017-11-14 15:23:42
작성자
 
문화치유란
 
 
김봉준(화가, 신화미술관장)
 
문화치유란 마음이 아픈 사람을 문화로 치유하는 것이다. 문화는 저마다 살아가는 삶의 양식이다. 그렇다면 문화치유는 저마다 살아가는 삶의 방식으로 아픈 마음을 치유하는 것이다. 문화치유는 최근에 나타난 것이 아니라 크로마뇽인 때부터 존재 했다. 의례로 놀이로 노동으로···. ‘스스로 살리고 서로 살리고 공동체를 살리는’ 문화의 힘은 인류의 오랜 미래의 지혜이다.
문화치유는 크게 자연치유, 예술치유, 영성치유로 구분할 수 있다. 문화치유는 마음, 영혼, 정신, 심리로 접근하지만 치유방식은 몸과 마음의 이원론적 분립 관점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문화치유는 마음과 몸, 정신과 육체, 영과 육을 혼일하게 이해하며 접근한다. 몸과 마음과 영혼의 균형과 조화를 중시하게 된 것이다. 이렇듯 문화치유는 불균형한 심신의 균형을 회복하여 건강성을 되찾게 하는 자기치유이며 공동체적 방식이다.
 
1. 자연치유는 나와 밖의 관계를 자연 순환의 관계로 만드는 것이다. 넓은 의미에서 자연살이는 곧 자연치유의 성질을 갖는다. 내 몸 자체가 본래 자연이므로 내 몸 안에 스스로 지닌 자연의 치유력을 믿고, 자연 본성의 질서를 회복함으로써 심신의 안정을 구하는 것이다. 물, 공기, 나무, 흙, 동물, 식물 등 하늘과 땅의 갖가지 자연의 원형질들과의 접촉을 통해 자연 본래의 싱그러운 힘으로 치유하는 것이다. 이것은 결코 사회적 질서, 인위적 질서에서는 얻을 수 없는 것이다. 자연 순환의 의식주를 포함한 자연살이 자체가 심신의 균형을 찾게 하는 삶의 본원적 힘을 주는 예는 주위에서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또 자연치유는 오늘날 현대인의 치유 프로그램으로 재정립되고 있다. 자연탐방, 숲길 걷기, 등산, 오지여행, 자연살이 생활체험, 힐링캠프 등이 그것이다. 물, 불, 공기, 대지, 나무, 돌 등의 원형질과 소통하는 프로그램도 있는데 자연의 한 요소를 현대의 삶 안으로 끌어 들여 내 안의 원형 질서를 복원하려는 치유방식이다. 건강한 몸의 질서를 되찾게 하는 조건이라면 스포츠도 자연치유의 일종이라 할수 있다.
 
2. 예술치유는 마음의 상처를 감성의 독특한 흐름인 정서형식으로 아물게 하는 방법이다. 동서고금의 모든 예술에는 치유기능이 있는데 특히 원초적인 예술에 치유기능이 더 강하다. 인류족마다 문화적 토착성을 지닌 만큼 종족의 원형문화를 유전하고 있는 예술은 자기 문화정체성과 관련된다. 정서의 달램과 돌봄으로 외로움과 분노와 우울을 이기게 하는 예술치유는 소외가 깊은 현대인에게 특히 각광받고 있다. 예술은 그 자체로 삶의 길을 안내한다는 면에서 기술이라기보다 道이다. 書道, 舞道, 畵道 등 詩書畵歌舞樂의 예도는 인격의 수양이고 삶의 치유이다. 현대에 와서 예술은 치유 프로그램으로 새롭게 주목 받고 있다. 근대 장르주의 예술개념을 넘어 놀이치유, 영상치유, 문학치유, 드라마치유 등도 있고 서로 다른 예술과 융합한 새로운 예술치유가 생기고 있다. 말하지 않은 고통과 말한 고통은 다르다. 말한 고통, 표현한 상처는 ‘빛을 본 고통’이어서 이미 어둠에서 빛의 차원으로 넘어간 것이다. 감정과 기억을 자기 느낌으로 표현하는 예술행위는 상처의 터널을 빠져나오게 한다.
 
3. 영성치유는 내안에 본래 있는 ‘신성한 힘’의 회복으로 치유하는 것이다. 우주 천지만물의 신성한 힘으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있어 왔다. 道, 祈禱, 武道, 명상, 요가, 祭儀 등 종교계의 치유프로그램은 물론이고 오늘날에는 권위적 종교를 탈피하여 일어난 ‘뉴에이지’ 운동을 통해 독특한 영성치유법들이 개발되고 있다. 대중예술과 융합한 영성치유프로그램도 많이 나타난다. 영성치유가 치료로써 과학적 임상근거가 있는지 끊임없이 논쟁 중이지만 현대과학문명으로 해답을 찾지 못한 사람들에 의해 끊임없이 갈구되어 대체의학, 대안예술, 대안문화로 나타나고 있다. 이 대안세계의 핵심 코드는 영혼이다. 깊은 상처는 인간의 심층무의식까지 망가지게 하여 기존질서에서 해답을 구하지 못하고 원형의 힘에서 구한다. 지금은 현대문명에서 해답을 찾지 못하는 위기의 시대이다. 문명전환의 새 질서는 먼 미래 밖에 있지 않고 내 안의 ‘건강하고 자유로운 영혼’에 있다.
 
국가폭력 피해자를 위한 문화치유은 사회적 상처이다.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트라우마 치유는 상처의 원인 제공자인 국가폭력의 실체를 직면해내고 자기상처를 드러내고 상실한 자기 정체성을 찾는 전 과정이다. 그릇된 사회질서가 인간성 자체를 망가트린 것이므로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아픈 만큼 성숙하는 것이 아니라 아픈 만큼 망가진 상처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 사회질서 안에서 해답을 찾기 쉽지 않다. 국가가 더 진보하고 더 많은 보상을 한다고 치유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내버려 둔다고 상처가 저절로 아무는 가해자 없는 상처와도 달라 스스로의 힘만으로 벗어나기 힘들다. 외부 사슬에 묶인 상처는 치유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 여러 차원에서의 모성적 사회시스템으로 대처해야 한다. 국가 차원이라 할지라도 국가는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으며 치유환경의 조성에 머물러야 한다. 큰집만 봐도, 제복 입은 사람만 봐도 놀라는 반사회적 마음의 상처를 무엇으로 보상할 수 있나. 상처받은 영혼의 개별성을 존중하며 꽁꽁 묶어버린 상처를 서서히 스스로도 풀고 밖에서도 푸는 안팎의 해결책으로, 돌봄과 배려와 사랑이 이웃한 여성성으로 푸는 것이다.
 

 
국가폭력 피해자의 문화치유 방향은 상처의 본원인 국가주의의 도그마에 있어서 그너머를 향하는 것이다. 그것은 나의 ‘아름다운 정원’을 만드는 것에서 출발한다. 싱그러움(신성한 힘), 자유로운 영혼, 심신의 안정과 평화를 나의 대안세계로 찾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화치유는 피해자의 정체성을 스스로 확인하고, 무의식에까지 다다른 깊은 상처를 직시하며, 자기 정체성의 재발견으로 나아가는 창조적 삶의 여정이다. 이 길에서 ‘본성의 힘’을 찾아내어 자기치유를 하는 것이 문화치유이다. 내 안에 본래 있는 신성한 힘으로 나와 세계의 관계망을 새 질서로 창조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문화치유는 스스로 살리고 서로 살리고 사회까지도 살리는 ‘새 살림의 마당’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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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김봉준(화가, 김근태기념치유센터설립추진위원)
 
인류학자 마리아 짐부타스가 말하는 신석기시대 여신문명의 창조적 부활을 기원하며, 남권지배의 철기문명시대를 종언하는 재신화화시대를 꿈 꿉니다.

본성, 심층문화, 야생의 사고, 원형, 리비도, 집단무의식,자기무의식 세계, 영혼.... 이 같은 혼돈의 인문에서 아파하고 헤매다가 창조적 파괴와 '본성의 질서'로 길 떠납니다. "사회적 질서는 늘 불안하여 언제나 수정가능 해야합니다. 하여, 본성의 질서로부터 재창조의 답을 구하지 않으면 아니됩니다."
 
 
<창작과 비평사> 근무 1980년
5.18 관련 계엄포고령위반으로 수배투옥 1980,1년
<기독교농민회> 문화홍보부 간사1981~2년
<미술동인 두렁> 창립 1982
<애오개문화공간> 설립위원 1982
<민중문화운동협의회> 기획국장 1985
문화행사 '우란분제' 걸개그림 제공이유로 그림압수당함, 3번째투옥
<민족굿회> 창립 연구위원, 산하 풍물굿패 상쇠 1986
미국, 유럽 동포사회순회 10개월, 미술전시, 풍물탈춤강습 1987년
부천 '복사골마당 '건립, '흙손'미술공방 운영 1988~1992년
서울(부천)에서 강원도 원주문막 산골로 낙향 화실생활 1993년~현재까지 판화, 회화, 조각을 하며 전업화가로 살아 옴
<숲과 마을미술축전> 2000,1. 예술감독(민간생태문화축제, 진밭마을)
<연해주길마중> 고려인무용단 '아리랑' 총체극 총감독 (전국순회공연, 주최: 동북아평화연대 2004)
<실학축전> 총감독 2005,6 (경기문화재단,다산기념관)
<세계생명문화포럼2004> 문화행사총연출 (생명과 평화의 길)
<유라시아대장정> 동시베리아 자동차여행(랠리단장), 2005년(한러의원연맹, 동북아평화연대, MBC)
<바이칼천지굿> 총감독2005 (한~러의원연맹, 동평)
문화관광부 정책자문위원(예술부문) 2006~7
문화관광부 민족문화원형사업 자문위원 2006~7
<원주민족미술인협회>회장 2006~8
<원주민족예술인협회>회장2011
사) 오랜미래문화연구회 이사장, <오랜미래신화미술관>관장 2008~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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