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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칼럼:손씨잡설] 거짓말쟁이에 대한 정신과학적 구라 (2017.3.10)2017-08-18 16: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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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孫氏雜說

거짓말쟁이에 대한 정신과학적 구라
 
손 창 호/인권의학연구소 소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요즘 시대적 화두는 거짓말이 아닐까? 누구를 만나도 사람이 어떻게 거짓말을 이렇게 잘 할 수가 있을까?” 라고 나에게 묻는다. 거짓말을 잘 하는 사람뿐 아니라 그 거짓말을 맹신하고 합리화하는 군중의 목청이 더 높은 요즘이야 말로 거짓말에 대한 정신과학적 해명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하지만 누가 인간이란 존재를 설명할 수 있겠는가? 하물며 그 인간이 하는 정교하고 뻔뻔한 거짓말을 과학적으로 밝힌다는 것이 가당키나 하겠는가? 거짓말을 설명하는 또 다른 거짓말이 있을 뿐이다. 그래도 이렇게 거짓말이 난무하고 거짓말이 정의를 참칭하는 것이 유행인 현 시점에 거짓말을 설명하는 구라를 하나 보태는 것도 재미삼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요즘 TV 화면에서 소위 증언을 하는 사람들의 거짓말을 보면서 흔히 하는 말이 양심도 없냐?” 이다. 양심부족 즉 초자아 결핍이 가장 이해하기 쉬운 거짓말쟁이의 심리적 설명이라 하겠다. 성장과정에서 적절한 훈육이나 본받아야 할 이상적 역할모델(Role model)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에게서 나타난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사람이 모인 모든 조직에는 빈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비양심적 행동이 상존한다. 아무리 숭고한 이상을 중심으로 하였다고 하여도 타인의 공적을 가로채거나 성희롱을 일삼는 사람은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좌파나 우파나 서로의 양심이나 도덕성을 힐난하지만 그 논쟁은 끝이 없다. 이런 점에서 초자아 결핍이론은 제한적인 설명이 될 뿐이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또 다른 거짓말쟁이에 대한 설명은 진화심리학자들의 것이남을 잘 속이기 위해서 필요한 전제조건은 먼저 자신을 속이는 것이다. 소위 자기-(self-deception) 하는 것이다. 자기-기만이란 자기합리화의 완성이다. 항상 나는 옳다.” 는 신념에 도달하는 것이다. “내가 곧 진리요 길이다라는 경지에 스스로 오르는 것이다. 이런 경지에 오르게 되면 내가 설사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하더라도 이것을 합리화 할 수 있다. 내가 하는 거짓말은 더 큰 대의명분을 성사시키기 위한 필요불가결한 것이 된다. 이런 자기-기만에 성공한 개인이 집단을 기만하는 데 성공하면 집단에서도 이것을 받아들이게 된다. “우리 지도자는 항상 옳다는 전제조건을 수용하고 나면 나머지 문제들을 합리화하는 것은 사실 별로 어렵지가 않다. 대부분의 사교집단에서 그렇듯이 간단한 음모론만으로도, 아흔 아홉 가지 증거를 하나의 반대증거만으로 덮을 수 있다. 이러한 자기-기만은 자기 생존에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진화의 산물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자기-기만과 이로 인한 집단적 자기-기만은 결과적으로 집단 전체를 엄청난 위험에 빠뜨리게 된다. 따라서 자기-기만을 잘 하는 개인이 그렇지 못한 사람에 비해 더 진화하였다고 볼 수는 없겠다.


   마지막으로 고려해 볼 만한 설명은 뇌 과학에 기반 한 것이다. 우리의 뇌는 네트워크를 이루어서 작동하고 있다. 수 백 억 개의 뇌신경은 상호 연결되어서 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기능을 한다. 인터넷과 유사하다. 신경망(Neural network)은 경험을 통해서 망에 특정한 패턴을 형성한다. 이것을 신경 발화 패턴(Neural firing pattern)이라고 한다. 특히 이런 패턴화는 논리나 이성을 담당하는 좌반구보다는 감정을 담당하는 우반구에서 강하게 형성된다고 알려져 있다. 즉 우리는 과거의 경험을 통해서 감정적 편견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런 패턴화가 집단적으로 발생할 경우 상호 공감을 통해서 더욱 강화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와 같이 극심한 좌우대립과 전쟁을 겪은 경험은 집단적 레드컴플렉스(Red complex)을 남기게 된다.



패턴을 형성하는 것은 과거와 같은 상황에 처할 때 보다 신속한 반응을 유도하고 똑같은 실수를 막아주기 때문에 나를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순기능을 가진다. 하지만 경직된 신경 발화 패턴은 내가 겪는 자극의 새로움이나 이질성을 발견하는 능력을 약화시키고 결국은 학습을 통해 내 뇌신경시스템을 더욱 풍부하고 유연하게 만드는 기회를 놓치게 만든다. 그래서 뇌신경시스템이 적절히 기능하기 위해서는 패턴화와 학습기능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 통합(Integration)이 필요하다. 패턴화가 안된다면 뇌신경 네트워크는 혼돈(Chaos) 에 빠질 것이며 학습기능이 작동을 안 하면 경직화(Rigidity)에 빠지게 된다.

그런데 이런 혼돈과 경직은 사실 동전의 양면과 같다. 상황이 주는 정보가 혼돈스러울수록 뇌신경 네트워크는 불안정성을 줄이고자 기존의 신경 발화 패턴에 의존해서 그 정보를 처리하고자 한다. 특히 학습기능이 떨어지는 뇌신경 네크워크라면 그 정도는 더 심하게 된다. 나이가 들수록 완고해지고 그것이 논리적 설명으로 쉽게 바뀌지 않는 것이 바로 이런 감정적 뇌신경 발화 패턴의 경직화 때문이다.


출처:care2
   이처럼 우반구가 이질적이고 새로운 감정을 받아들이면서 동시에 과거의 감정적 경험에 비추어서 이를 재평가하는 기능이 유지될 때 적절한 자기인식(self-awareness)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유연성과 통합성을 가지지 못하는 개인의 경우에는 자신이 옳기도 하면서 동시에 나쁘기도 한 존재라는 것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자신이 완전히 나쁜 존재 즉 악이라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으니 결국은 자신은 “완전히 옳은 존재” 즉 “자기-기만”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이런 개인적 자기-기만은 경직된 신경 발화 패턴을 보이는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 지도자는 옳다” 또는 “이 모든 혼란과 고통은 XX 때문이다”라고 집단적 자기-기만을 이루고 이러한 감정적 공감대는 자기-기만을 더욱 상승시키게 된다. “왜 자꾸 흘러간 유행가를 틀고 있느냐?”,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그런 소리냐” 하는 말이 먹히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이런 감정적 경직화 일 것으로 보여 진다. 그래서 입시경쟁에서 승리하여 명문대학을 졸업한 논리적 학습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 하여도 감정적 신경 발화 패턴이 경직될 경우에는 쉽게 자기-기만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거짓말쟁이의 원인이 ‘초자아 결핍’ 이든 ‘진화적 적응’ 이든 ‘ 신경망의 경직’ 이든 결과적으로 거짓말쟁이로 산다는 것은 자신을 성찰하고 타인과 공감하며 세상과 소통하는 능력을 감소시킨다. 이 세계와 다가올 미래에 대해 예단하게 해 버려서 인간관계와 삶을 폐쇄적으로 만든다. 이 세상을 멸망시킬 악의 세력이 호시탐탐 기회를 보고 있다고 생각되니 항시 두려워하게 되고 그러니 나와 다른 문화와 느낌에 자신을 개방할 수 없다. 새로움을 몰라보니, 호기심이 없어지고 삶이 지루해 진다. 당연히 나와 타인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고 그런 상황에서 온전히 타인을 있는 그래도 수용하는 진정한 사랑이 싹트기 어렵다. 그래서 나는 요즘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사람들이 밉지만 불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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