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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성폭력은 인권을 침해하는 범죄다 (2011.9.18)2017-05-31 12: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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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성폭력은 인권을 침해하는 범죄다

한국여성단체 연합 공동대표 김금옥

지난 8월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작년 7월 여대생을 상대로 한 성희롱·성적비하 발언으로 국회 윤리심사기구에서 징계가 결정되고 법원의 1심 재판에서 의원직 상실형이 선고 된 강용석 국회의원 제명 안이 비공개로 처리 되었다.

전체 259명 참석, 111명 찬성, 134명 반대로 강용석 의원 제명 안이 부결 되면서 국민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특히 한나라당 김형오 의원이 “이런 일로 제명당하면 우리 중 남아있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죄가 없는 사람이 돌을 던져야 한다 ” 고 말하며 적극적으로 강용석의원 감싸기를 한 발언이 알려져 유권자들의 분노는 더욱 컸다. 여성과 아동에 대한 끔찍한 성폭력사건이 발생 할 때마다 가해자 처벌을 강화 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여 왔던 의원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정말 궁금했다.
 
이미 18여 년 전 어린이 성폭력 피해자 김부남 사건을 통해 성폭력은 인권을 침해하는 심각한 범죄라는 인식이 사회적으로 공감대를 얻었다. 이를 계기로 성폭력 범죄를 예방하고, 가해자 처벌 및 피해자 지원을 위한 성폭력 특별법이 제정 되었다. 법을 제정한 국회에서 국회의장까지 지낸 사람이 사회적 합의를 이루고 법률로 강제하는 범죄를 ‘실수’라 말하며 부정했다. 또한 그만한 일은 누구나 다 저질렀다는 발언을 스스럼없이 하고, 이에 동의한 134명의 의원들이 있었다는 사실은 정치인들의 윤리 및 인권의식을 보여주는 참으로 암담한 현실이다.
 
1991년 어린이 성폭력 피해자 김부남씨가 9살 때 자신을 성폭행한 이웃집 아저씨를 21년이 지난 후에 찾아가 살해하는 사건을 통해 성폭력이 얼마나 끔찍한 범죄인지를 세상에 알렸다. 폭력의 후유증으로 고통 받아 오던 피해자가 아무도 처벌해 주지 않는 가해자를 스스로 처벌하며 범죄자가 된 사건으로 성폭력이 얼마나 인간의 몸과 마음을 파괴하는 심각한 인권침해 범죄인지를 세상은 알게 되었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성폭력은 성평등이 이루어지지 않은 사회의 권력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범죄로 약자인 여성과 아동들의 피해가 크다. 또한 피해자에게 책임을 묻는 이중적인 성규범 및 저급한 인권의식과 더불어 피해자들은 자신의 피해를 공개하는 순간 격려와 위로 대신 2,3차 피해에 시달려야 한다. 국회는 성희롱 범죄를 처벌하지 않고 무마시켰다.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사내 하청업체는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를 해고 시켰다. 같은 동기생을 집단으로 성추행한 고려대 의대생들도 자신들의 잘못을 반성하고 용서를 빌기보다는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시도를 했다. 피해자의 행실이 바르지 못했다는 등에 대한 설문조사를 통해 학교 내 여론을 왜곡 시켰던 일은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더 큰 상처와 고통을 줬다. 이러한 일들이 특별하게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슬픈 일이다.
 
이는 인권과 여성의식이 높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성폭력이 범죄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일들이다. 우리사회는 성폭력과 성관계를 구분 짓지 못하는 인식으로 소위 '가정파괴범'이라는 범죄가 존재하는 사회다. 강도가 신고를 못하도록 여성을 성폭행하고 오히려 신고하면 사실을 폭로 하겠다고 협박하는 일이 일어나는 어처구니없는 사회다. 폭력피해자를 부도덕한 사람으로 매도하는 참혹한 성차별 사회다.
 
끊이지 않고 보도 되는 끔찍한 성폭력사건, 특히 어린이 성폭력 사건에 대해 누구도 별일 아니라고 말하지 않는다. 한 사람의 일생을 파괴하고 가족 및 주변인들의 삶까지 파괴 할 수 있는 엄청난 피해의 시작은 '뭘 그런 일 가지고 처벌까지'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태도들이 키우고 있는 범죄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성희롱 발언은 그냥 사소한 말실수가 아니다. 그를 당한 피해자의 심리, 정서적 고통이 얼마나 큰지 우리는 세상에 공개되지 않은 수많은 피해의 고통을 본다. 그 고통들은 바로 지난 국회에서 강용석 의원 제명 안을 부결시킨 그곳에서부터 시작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몇 해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게 한 어린이 성폭력 피해자의 부모는 자신의 어린 딸이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운지를 지켜보며 함께 아팠던 경험으로 어려운 살림에도 불구하고, 수천만원을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사업에 써달라고 비공개로 기부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진심으로 자식을 사랑 할 줄 아는 그들에게서 희망을 봤다. 이들 부모의 모습을 강용석 의원과 고대 성추행 의대생들에서도 볼 수 있기를 기대한 적이 있었다. 강용석의원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스스로 사퇴하는 결단으로 신뢰를 회복하는 기회를 , 고대 성추행 의대생들은 학교의 출교 징계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잘못을 사과하고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통해 용서받기를 상상했었다. 그러나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나의 이런 상상은 언제쯤 현실로 나타나게 될까?
 
자신과 주변지인, 자녀들이 성폭력의 피해자나 가해자가 되지 않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
  
프로필
 
김금옥 (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학생시절 총여학생회장을 시작으로 전북민주여성회, 성폭력예방치료센터, 군산 대명동, 개복동 성매매집결지 화재참사대책위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꾸준한 대책활동으로 성매매방지법 제정에 기여하였다.
 
전북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 한국여성단체연합 정책국장과 사무처장으로 활동했으며 높은 대중친화력과 포용력으로 여성운동의 지지자와 후원자를 만드는 일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여 어려운 시기에 여성운동의 소통과 연대의 공간인 여성미래센터 건립과 운영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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