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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장애인 보험차별과 상법 관련 조항 (2012.5.24)2017-11-14 15: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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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장애인 보험차별과 상법 관련 조항

 

염형국 (변호사,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보험이란 동일한 위험에 놓여 있는 사람들이 하나의 위험단체를 구성하여 통계자료에 의해 산출된 금액을 책정하여 기금을 조성하고, 위험단체 구성원 중 우연한 사고를 당한 사람에게 재산적 급여를 함으로써 경제생활의 불안을 없애거나 덜고자 하는 제도이다. 요컨대 보험제도는 위험에 대비하는 공동의 안전장치인 셈이다. 그런데 2008년 보건복지부 장애인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장애인 보험계약시 차별을 받고 있는지에 관한 질문에 대하여 차별을 받았다고 응답한 장애인이 전체 응답수의 55.6%에 이르렀고, 차별에 대해 어떠한 대처방법을 사용하였는지에 관한 조사에서는, 전체 장애인의 94.9%가 ‘무시 또는 참는다’고 응답하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민간의료보험실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비장애인의 경우에 69.15%가 하나 이상의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하고 있는 반면에, 장애인의 경우에는 33.41% 정도만 민간의료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장애 여부에 따라 민간의료보험 가입 여부가 현저하게 차이가 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장애인들은 막연히 사고의 위험이 높다고 보아 보험가입에 있어서 차별을 당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하여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제17조에서 ‘금융상품 및 서비스의 제공자는 금전대출, 신용카드 발급, 보험가입 등 각종 금융상품과 서비스의 제공에 있어서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을 제한·배제·분리·거부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여 보험가입에 있어서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에 대한 보험가입에서의 차별은 개선되지 않고 있는바, 그 근본적인 원인으로 ‘심신상실자 또는 심신박약자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은 무효로 한다.’는 상법 제732조 규정이 지목되고 있다.

 

  애초에 상법 제732조는 심신상실자 등이 도박보험과 인위적 사고의 희생자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로 도입되었다. 그러나 이 규정은 장애인의 보험가입을 가로막는 독소조항으로 작용해 왔다. 이러한 상법 제732조는 1991년 12월 상법 개정시 포함된 이래 민간보험회사들의 장애인에 대한 보험가입을 거부하는 근거조항으로 이용되어 왔다. 인보험 중 사망을 보험사고로 포함하지 않는 상품이 거의 없는 현실을 감안하면, 결국 정신적 장애인은 대부분의 인보험, 예컨대 상해보험에도 가입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다.  

 

  정신적 장애인도 생명보험의 피보험자에서 배제될 근본적인 이유는 없으며, 특히 자신을 피보험자로 하는 생명보험에 가입하여 자신의 사후에 그 자녀가 생계를 유지하고 안정적으로 미래를 설계하도록 할 수 있는 자유와 권리가 있고 오히려 이것은 일반인보다 더 절실하게 요구되는 것임에도, 정신적 장애인임을 이유로 하여 이러한 자유와 권리를 근본적으로 박탈함은 헌법상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법 제732조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2005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민간보험에서의 장애인 보험차별에 관한 개선방안으로 상법 제732조를 폐지하라는 권고결정을 하였고, 2007년 법무부에서도 이러한 의견을 일부 수렴하여 제732조 본문은 그대로 두되, ‘다만, 심신박약자가 보험계약을 체결하거나 제731조에 따른 서면 동의를 할 때에 의사능력이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단서규정을 추가한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였다.

  한편 국제사회에서 장애인의 인권보장과 차별종식을 위한 노력으로 지난 2006년 12월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국제장애인권리협약에 관해 우리나라는 지난 2009년 1월 10일 비준․공포하였는바, 상법 제732조를 이유로 장애인권리협약 제25조 e호를 유보한 채 이를 비준하였다. 이러한 정부의 태도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취지에 맞추어 상법 조항을 개정하여야 함에도 오히려 상법 규정을 근거로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사문화시키는 것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장애인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장애인의 권리보장을 가로막는 꼴이다.

 

  결론적으로 상법 제732조는 마땅히 삭제되어야 한다. 법무부에서는 단서규정을 신설하여 상법 제732조를 유지하려고 하고 있지만, 의사능력에 관한 문제는 계약의 일반원칙으로 해결하면 될 문제이지, 그에 관해 단서를 신설한다고 하여 상법 제732조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지난 2012. 2. 여당은 장애인 고충 해소 차원에서 국가인권위가 삭제를 권고했고 장애인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UN 협약에도 어긋난다고 판단해 732조를 삭제하는 상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하였다. 이 규정을 삭제함으로써 정신적 장애인들의 사망보험가입을 원천적으로 배제하고 있는 차별 문제를 해결하며 중증 장애인일지라도 보험가입 기회 자체는 보장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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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염형국 (인권의학연구소 운영위원)
 

 
2004년 이후 변화와 인권의 가치를 지향하는 공익변호사그룹 '공감'에서 일하면서, 2012년 인권의학연구소의 법률분과 운영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공익변호사그룹 공감은 국내 최초로, 비영리로 운영되는 공익활동을 본업으로 삼은 공익변호사들의 모임이다. 공감은 사회적 약자, 소수자 인권 문제를 중심으로 구체적 인권을 보장하고,제도적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는 과정을 통하여 우리 사회 인권의 경계를 확장하고자 하며, 이러한 실천이 '공익법활동'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확산되어 법을 인권 보장과 사회 변화를 위한 열린 도구로서 기능하게 하는 다양한 흐름들이 효과적으로 모색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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