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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반인권적인 “물리적 거세” 법안 (2012.9.26)2017-11-14 15: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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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반인권적인 “물리적 거세” 법안
 
 
양광모(인권의학연구소 운영위원, 청년의사 편집장)
 
 
원래 뉴스라는 것은 좋은 소식보다는 나쁜 소식이 더 많은 법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 정도가 참 심하다. 가장 눈살이 찌푸려지는 것은 성범죄 소식이다. 아이를 마중 나갔다가 돌아온 가정주부가 성폭행범에게 살해당했다. 집에 자는 아이를 납치해 성폭행하고 다리 밑에 유기했다. 한 아르바이트생은 성폭행 후 협박에 시달리다가 자살했다. 어떻게 사람이 저럴 수 있나 싶다. 특히 솜방망이 같은 처벌 수위와 허술한 성범죄자 관리 소식에는 허탈하기까지 했다.
 
정부는 치안 문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공언했다. 국회에서는 처벌 수위를 높여 범죄 억제력을 높이겠다는 논의가 진행되었다. 이런 가운데 성폭행범에게 물리적인 거세를 하자는 법안이 발의가 되었다. 극악한 성범죄자들이 다시 성행위를 못할 것이란 기대에 꽤 많은 사람들이 환영했다.
 
그러나 물리적 거세로 ‘성범죄 재발 방지’나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있을까? 대다수의 비뇨기과 전문의들은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고 있다.
 
물리적 거세는 고환을 적출하는 것이다. 고환은 남성호르몬의 대부분을 생성하는 장기다. 고환을 적출할 경우 남성호르몬 수치는 급격히 떨어지고 성욕이 감소되며 일부에서는 발기부전을 경험하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전이가 있는 전립선 암환자들의 경우 화학적 거세나 물리적 거세를 통해 전립선암을 치료하기 때문에 이런 거세에 대한 효과는 비교적 연구가 많이 돼 있다.
 
그러나 물리적 거세를 받았다고 해서 전부 성행위가 불가능하지 않다. 고환을 적출한 전립선암 환자중 10명 중 1명은 성행위가 여전히 가능하다. 설령 발기부전과 성욕감퇴를 가지고 있더라도 남성호르몬을 투약하거나 발기부전제를 복용하게 된다면 다시 성행위가 가능하다. 세간의 기대(?)완 달리 완벽하게 성불구로 만들지 못한다는 뜻이다.
 
더 근본적으로는 성욕이 성범죄의 근본적인 원인이 아니라는데 문제가 있다. 성욕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 정도의 개인차는 존재한다. 성욕이 많은 사람도 있고 적은 사람도 있다. 그러나 성욕이 많다고 해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아니다. 또 반대로 성범죄자들이 성욕이 많거나 성욕을 주체하지 못해 범죄를 저지르는 것만도 아니다.
 
성범죄자 중 왜곡된 성 인식으로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본인의 동의를 얻어 성욕을 줄이는 치료(일명 화학적 거세)는 시도해 볼 수도 있다. 아직 치료 효과에 대한 대규모 연구는 없는 상태지만 부작용이 생길 경우 투약 중단을 하는 것만으로도 회복이 가능하다. 그러나 물리적 거세의 경우 비가역적일뿐 아니라 생식능력도 상실하게 된다. 신체적 징벌의 의미 말고는 범죄 재발을 억제한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사회로부터 물리적 거세를 당한 성범죄자들이 사회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어 범죄 동기가 더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이번 ‘물리적 거세’ 법안을 발의한 박인숙 의원은 논란이 커지자 언론을 통해 ‘화학적 거세의 비용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본인이 동의할 경우에만 물리적 거세를 하자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본인 의도와 관계없이 논란이 커진 것에 당황하는 눈치다.
 
국회의원으로서 가진 사회적 영향력을 과소평가한 초선의원의 실수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의사 출신의 국회의원이기에 실망은 더 컸다. 의학적인 효과에 대한 검토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무리 범죄자라고 하더라도 ‘인권적 차원’의 배려는 조금도 하지 않고 사회분위기에 휩쓸려 법안을 급조한 것 같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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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광모 (비뇨기과전뭉의, 청년의사 편집장)
 
    양광모 편집장은 의사에서 저널리스트로 변신한 분입니다.
    최근 팟캐스트 인기 프로그램인 '나는 의사다'의 기획자이기도 하고,
    건강-의학정보 관련 파워블로거이기도 합니다. 의사에서 블로거로, 
    그리고 저널리스트로의 길을 걷게 된 양광모 편집장은 인권의학연구소의
    운영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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