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소 칼럼
인권과 피해자 치유에 관한 이야기
글보기
제목[칼럼] 자살에 대하여2017-12-19 17:38:42
작성자
[칼럼] 자살에 대하여
 

 인권의학연구소 소장 손 창 호 

 

 

   요즘 또 유명인의 자살소식이 신문지상을 오르내립니다. 오죽 힘들면 생을 끊을 결심을 했을까 생각하니 고인이 그동안 겪었을 고생에 마음이 아픕니다. 거기에다 대중의 흥미에 영합하여 고인의 뒷소식을 캐내기에 여념이 없는 일부 언론(언론이라 하기 뭐하지만)의 행태는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자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첫 번째는 정신과적 질병입니다. 정신분열병, 우울증, 조울증, 알코올의존증 등 여러 가지 정신과 질환들이 자살의 중요한 원인입니다. 연구에 따라 다소 다르지만 일부 질병의 경우 환자의 15% 이상이 결국은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고 알려져 있을 정도로 정신과 질환은 자살의 중요한 원인입니다. 이러한 자살을 막기 위해서는 당연히 이러한 원인질환에 대해 잘 알고 그 질병을 예방하거나 초기에 발견하여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사고를 막는 방법이겠습니다. 이렇게 되려면 무엇보다 정신과를 찾는 문턱이 낮아져야 할 것 같습니다. 정신과의 경우 문턱이 높은 가장 큰 이유는 사회적인 편견이라 생각됩니다. 정신과에 방문한 것이 주변에 알려지거나 정신과진료기록으로 인해 앞으로 내 인생에 큰 장애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 같은 것 말입니다. 저의 경우에도 방문하는 환자분들이 정신과 진료기록이 혹시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합니다. 특히 요즘 같이 개인정보의 보호가 잘 되지 않는 이 때 이러한 걱정은 자연스러운 것이기도 합니다. 제가 이것은 정부에 의해 보호되니 믿어도 될 것 같다고 말씀은 드립니다만 적지 않은 분들은 그래서 더욱 믿지 못하겠다고 반응합니다.

 

 

   두 번째로는 그 사회가 자살에 대해 받아드리는 방식도 영향을 미칩니다. 자살은 신의 섭리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가장 큰 죄악이라고 규정한 가톨릭이 우세한 사회에서는 자살률이 적습니다. 우리나라와 이웃 일본과 같이 상대적으로 자살에 대해 관대한 나라들이 자살률이 높습니다. 그 사회가 자살도 하나의 문제해결방식 내지는 자신의 주장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받아들일 경우 많은 사람들은 자살을 자신의 방법으로 채택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연예인과 같은 대중으로부터 사랑과 때때로 추앙을 받기도 하는 유명인들이 자살을 하는 경우에도 그 파급효과가 걱정됩니다. 자칫 이처럼 훌륭한 사람도 선택한다면 자살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하는 착각을 일부 사람에게 심어줄 우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세 번째는 자살로 내몰리도록 극심한 스트레스가 있고 그런 스트레스를 개인이 고스란히 짊어져야 하는 사회시스템도 큰 영향을 줍니다. 우리나라와 같이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모든 방면으로 극심한 변화를 단기간에 겪었고, 지금도 숨 가쁘게 변화하고 있는 경우 그 위험은 크다고 하겠습니다. 공동체는 그 형해만 남고 파편화된 개인이 그야말로 완전한 단독자로서 타인과 끝없는 경쟁을 해야만 하는 대한민국 자체가 자살의 중요한 요인이라고 하겠습니다.

 

 

   이런 자살을 막기 위해서는 다방면의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당장 주변에 그런 위험에 처해 있을 것 같은 분이 있다면 먼저 해야 할 일은 그 사람과 자살에 대해 얘기하는 것입니다. 가족 중에 심한 스트레스나 우울에 빠져 있는 사람이 있다면 직접 물어보는 것입니다. 혹시 죽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느냐? 자살 생각이 있느냐? 하는 질문 말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살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꺼려합니다. 이렇게 꺼리는 이유는 자살에 대해 자꾸 얘기해서 정말로 자살하고 싶도록 만들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와 자칫 상대방을 정신병환자로 내가 몰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주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도 자살에 대해 다른 사람이 나에게 물어 보았다고 자살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만일 자살에 대한 나의 질문에 대해 상대방이 날 정신병자 취급하느냐하고 반발한다면 솔직히 난 당신이 괴로워하는 것이 너무 힘들어 보여서 걱정 끝에 얘기하는 것이다라고 답변하면 됩니다. 자살에 대해 생각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누군가 자살에 대해 물어오면 순순히 자신이 자살을 생각하고 있다고 얘기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직접 물어보는 것이 상대방의 자살사고를 알 수 있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 됩니다.

 

 

  특히 조심할 것은 만일 누군가 자신의 자살 생각을 얘기한다면 그 생각을 바꾸려고 하기보다는 먼저 그 위험성을 알아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만일 자식이 자살생각을 얘기하는 데 부모앞에서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느냐는 식으로 대응한다면 그 사람은 더 이상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 못할 것입니다. 먼저는 자살 생각이 그 정도가 얼마나 되는지 그 위험성이 얼마나 되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자살 생각 뿐 아니라 혹시 자살을 위한 계획은 없는지를 물어보아야 합니다. 약을 사서 모아 둔 것은 없는지, 어디 뛰어내릴 장소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은지 같은 것 말입니다. 그리고 혹시 이전에 몰래 자살시도를 해 본적은 없는지도 물어봅니다. 이렇게 자살 생각, 계획 그리고 과거의 시도가 있을수록 그 사람은 자살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연히 이럴 경우에는 정신과전문의를 찾아야 합니다.

 

  요즘은 우울한 소식이 더 많은 시기인 것 같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댓글

(자동등록방지 숫자를 입력해 주세요)
페이스북 트위터
[때아닌 모든 곳에서 전시] 안내전시기간: 2024. 2. 6 - 2024. 3. 24 전시장소: 김근태기념도서관 전관 기획: 이희경참여 작가: 워꺼라운드 (김건희, 방아란, 양효윤, 이동경, 이희경) 주관.주최: 워꺼라운드후원: 인권의학연구소, 김근태기념도서관 퍼포먼스: 2024. 2. 17. 14시1. <잘 지냈나요?>구성: 이희경 / 낭독: 이동석2. <자화상>시: 정명자 / 구성: 이동경, 양효윤 / 출연: 정명자, 양효윤 / 음향디자인: 신동원원문보기 : lrl.kr/Jhmj ... See MoreSee Less
페이스북으로 보기
[공지] 2024 정기 총회 개최 안내1. (사)인권의학연구소는 모든 임원과 정회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와 평화의 인사를 드립니다.2. 오는 2024년 2월 26일(월) 늦은 5시부터 인권의학연구소는 정관 제20조(총회소집)에 의거하여 사단법인 인권의학연구소 정기총회를 개최할 예정입니다.3. 2024년 정기총회는 인권의학연구소 1층 소강당에서 대면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4. 이번 정기총회 안건은 - 2023년도 사업보고와 결산보고에 대한 감사결과 심의 - 2024년도 사업계획(안)과 예산계획(안) 심의 - 기타 안건5. 부득이하게 총회에 참석하지 못하는 임원과 정회원께서는 2024년 정기총회 개최(2월 26일) 전까지 위임여부를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첨부한 위임장을 작성하시어 인권의학연구소 사무국으로 문자 사진(010-6375-6234), 이메일(imhrc@naver.com), Fax(02-711-7589)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감사랍니다.문의: 인권의학연구소 사무국 (02-711-7588, imhrc@naver.com) ... See MoreSee Less
페이스북으로 보기
[2024년 인권의학연구소 장학생 모집](사)인권의학연구소는 2024년 제3회 인권의학연구소 장학생을 모집합니다. 인권의학연구소 장학사업은 연구소 후원회원이자 『열세 살 여공의 삶』의 저자인 신순애 선생의 기부로 마련되었습니다.신순애 기부자의 지향에 따라 국가폭력 피해자와 가족들의 교육을 위해 소중하게 사용하고자 합니다. 본 장학사업을 통해 국가폭력 피해 생존자는 물론 그 2, 3세대가 민주화를 위한 국가폭력 피해자의 저항과 희생의 숭고한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자세항 사항은 아래 포스터와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imhr.or.kr/index.php/notice/?board_name=notice&mode=view&board_action=modify&board_pid=79&search_...문의사항은 인권의학연구소 사무국으로 언제든지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이메일 : imhrc@naver.com- 전 화 : 02-711-7588#인권의학연구소, #장학사업,#2023년장학생모집,#장학생모집, #국가폭력,#교육,#장학생, #장학생선발 ... See MoreSee Less
페이스북으로 보기
[초대합니다]김근태기념치유센터‘숨’ 개소 10주년에 초청합니다.6월 26일(월) 오후 3시, 김근태기념치유센터 개소 10주년 기념행사를 합니다. 10주년을 맞아 다양한 행사는 물론 만찬도 준비되어 있습니다.지난 10년의 역사를 돌아보며 처음의 각오와 의지를 겸허히 돌아보는 자리에 함께 해주세요.세월이 흘러도 초심을 잃지 않고, 끝까지 피해자들과 정의의 편에 서 있겠다는 꺾이지 않는 마음을 다시 모아보는 자리에 함께 해주세요. -일시: 2023년 6월 26일 오후 3시-장소: 성가소비녀회 내 김근태기념치유센터‘숨’(주소: 성북구 길음로 9길 46번지)-문의: 02-711-7588김근태기념치유센터‘숨’ 올림 ... See MoreSee Less
페이스북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