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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배기영_노숙인과 함께 한 10년, 배기영 정신과 의사가 노숙인을 말하다. (2010.10.14) 2017-08-22 17:57:37
카테고리인권의학실천가(단체)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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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노숙인과 함께 한 10년, 배기영 정신과 의사가 노숙인을 말하다.
 

 우리사회에서 노숙인((露宿人)이란 단어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쉼터 입소 여부에 따라 '쉼터 노숙인' '거리 노숙인'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국가외환위기 사태 직후인 1998년 초에 600여명이었던 서울역 주변의 노숙인은 8월에 2,000여명, 12월에 3,500여명으로 급격히 증가하였다. 정부의 긴급한 지원대책 마련에도 불구하고 2007년 서울에만 전국 노숙인의 약 60%에 해당되는 3,200여명의 노숙인이 있었고 이들 중 약 80%는 쉼터에 입소하였으나 여전히 서울역 주변에는 600여명의 거리노숙인들이 있다. 이제 이들은 고령화현상과 함께 정신질환, 간질환, 고혈압,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의 위험성 등 다양한 위기에 놓여져 있다.
 
우리 사회의 취약계층인 노숙인들을 위해 지난 10년 동안 의료지원활동을 해온 동교신경정신과 의원배기영 원장을 인권의학실천가로 선정하고 연구소의 이화영 대표가 만나 인터뷰를 하였다.
 

 

노숙인은 누구인가?
 
우리나라 실정법 (사회복지사업법)에서는 '일정한 주거 없이 상당한 기간 거리에서 생활하거나 그에 따라 노숙인 쉼터에 입소한 18세 이상의 자'를 노숙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노숙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에는 '자활의지의 미약으로 술에 취해 중독되고 그저 게으른 사람들' 또는 '사회구조적 문제에 의해 희생된 집단' 이라는 두 시각이 혼재해있다.
 
"우리 사회의 복지제도가 지금보다 한층 심화되고 향상되었다면 기본적으로 노숙인이 발생되지 않았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알콜중독이나 정신질환과 같은 만성적인 질환을 가진 분들은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워서 쉽게 노숙인으로 전락하였어요. 아파서 일을 못하더라도 노숙하지 않을 만큼 무료로 임대주택을 들어갈 수 있거나 무료로 진료받을 수 있는 기본적 복지가 확보된다면 노숙인 쉼터를 가지 않아도 가정을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요? 노숙인들을 보면 가정이 해체되어 오시는 분들이 꽤 많아요. 가정이 해체되어 더 어려워 질 수도 있지만, 어려워지다 보면 가정이 해체될 수 있으니까요."
 
우리 사회에 빈곤문제에 대한 기본적 복지제도가 충족되었다면 노숙인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 배기영 원장의 시각이다. 대통령자문 빈부격차차별 시정위원회(2006)는 노숙인 문제를 빈곤문제의 한 양상으로 정리한 바 있다. 즉, 노숙인은 경제위기로 인한 실업과 신용불량, 가정해체, 사회부적응, 알콜중독, 주거 빈곤 등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연결된 사회현상으로 빈곤의 최종결과라는 것이다.
 
 
노숙인은 정신질환 고위험군인가?
 
노숙인이 경험하는 다양한 문제가운데 높은 정신질환 유병율이 지속적으로 보고되어 왔다. 부산지역 노숙인 쉼터입소자 대상 연구에 의하면 노숙인은 일반인에 비해 정신장애 유병율이 2배, 알콜의존이나 남용이 3배 높은 수준이라고 한다. 또한 정신건강 문제와 음주문제를 동시에 겪고 있는 "이중진단(dual diagnosis)의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반인에 비해 노숙인의 경우 이중진단 유병율이 높고 쉼터 노숙인보다 거리노숙인의 유병율이 훨씬 높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노숙인들이 급격히 늘어날 때 정신질환의 비율을 주기적으로 조사한 적이 있어요. 노숙인들 중 거의 60%였어요. 알콜중독을 조사 해봐도 거의 60% 나오고요. 동시에 겹쳐있는 분들도 있어요. 이분들은 경기가 좋을 때는 막노동으로 노임을 받지만 정신과 질환이나 알콜중독으로 계속해서 일자리를 오래 유지를 못합니다."
 
그러나 특별한 정신질환이 없다할지라도 '노숙'이라는 상황이 높은 스트레스를 유발하여 노숙인들의 심리적 외상을 초래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또한 정신질환의 특성상 스트레스에 대한 취약성, 지속적인 관리부재, 일반신체건강 악화 및 영양 불균형들은 질환을 더욱 심각하게 만든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노숙인은 정신질환자 중에서도 고위험군으로 보아야 하며 집중적인 정신보건서비스가 필요하다고 하겠다.
 
 
정신보건서비스에서 소외된 거리 노숙인들
 
현재 우리 사회의 노숙인 지원대책은 거리노숙인의 발견에서 응급치료 및 쉼터보호에 이르는 전달체계를 갖추고 있다. 또한 정신질환 노숙인과 알콜중독 노숙인들을 위한 재활프로그램 등이 구축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 노숙자들이 갑자기 IMF이후에 서울역에서 천 명 이상 발생하지 않았어요? 그 해 겨울에 자유의 집이라는 예전 영등포의 방직공장 근로자들 숙식 학교에 노숙인들을 수용하였어요. 얼마 후 일반 노숙인들은 다른 쉼터로 분류해서 보냈고, 정신과 환자들과 알콜중독자들을 남겨서 '비젼트레이닝 센터'를 설립하였습니다. 비젼 트레이닝 센터는 정신질환자들과 알콜중독자들을 대상으로 재활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어요. 그룹홈을 준비해서 독립적으로 나가서 생활하도록 도와주는 제도로까지 발전했는데 그룹홈은 어느 정도 직장생활도 하면서 사회복귀하는 중간 단계로서 비젼트레이닝 센터를 졸업하신 분들이 연립주택을 얻어 함께 사는 것이죠."
 
현재 100여개의 쉼터 중 서울시의 비전트레이닝 센터와 기타 소규모 쉼터 3개 정도가 정신질환자나 알콜중독자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 인력의 부족으로 전문적 정신보건서비스의 제공에는 한계가 있다고 한다. 더구나 쉼터노숙인보다 신체나 정신건강 상태가 더 심각한 거리노숙인 정신질환자에 대한 정신복지서비스는 매우 취약한 실정으로 전국 무료진료소 4개소 중 서울역 앞 무료진료소에만 정신과 전문의 1명을 배치 운영하고 있고 그 유일한 정신과 전문의가 배기영 원장이다. 즉, 정신질환 노숙인과 알콜중독 노숙인들의 지원체계는 구축되어 있으나 그 효과를 드러내기에는 미약한 수준의 공급만이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의료인들의 다양한 노숙인 지원 활동
 
"무료진료소에 오신 분들은 대부분 거리 노숙인들이예요. 또 의료급여 혜택을 못 받거나 의료보험료를 못내 자격 상실된 분들이 서울역 주변의 쪽방촌이나 고시원에 많이 있는데 그분들이 와서 무료진료를 받는 거지요."
 
노숙인 진료에 참여하는 의료인들의 역할은 참으로 다양했다. 직접적인 의료지원활동은 물론 사회복지 측면으로 도움을 주어 노숙을 청산하고 사회복귀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노숙인들 중에 나이가 젊은 분들은 나이 때문에 기초생계수급을 못 받을 수 있는데 질환이 있다는 의사의 진단서가 있으면 기초생계수급도 받고 의료급여혜택을 받을 수 있어요. 기초생활비로 고시원 생활비나 쪽방비가 어느 정도 충당되기 때문에 대개 노숙에서 벗어날 수 있고요 또한 의료급여혜택으로 가까운 병원에서 거의 무료로 진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노숙생활에서 떠나고 저에게 진료를 안 받게 되는 거지요."
 
2007년 보건복지부 보고에 의하면 정부는 개별적으로 운영되어온 무료진료소에 대해 조직 체계를 갖추어 전국 표준화를 통해 진료의 질을 높이고자 의료지원사업을 전개했다고 한다. 지역별 무료진료소를 서울, 부산, 대구, 대전에 배치하고 기본 인력으로 의사 1인(공중보건의)과 간호사1인, 사회복지사 1인을 고용하여 적절한 진료를 위해 인력, 공간, 기자재 등을 지원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지방자치단체나 기관을 상대로 의료지원시설이나 인력확충을 위해 동분서주 노력한 것은 현장에서 자원봉사를 해온 의료인들이었다.
 
"서울시나 서울역에 공간을 마련해달라고 주장했습니다. 처음에는 서울역에서 공간을 주겠다고 하더니 서울역 정면에 노숙인들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을 싫어해서 접근성이 좋지 않은 서울역에서 외진 곳에 공간을 제공해서 진료하기가 곤란했어요. 성공회에서 큰 조립식 컨테이너를 제공해서 진료를 하게 되었고 현재는 누가회에서 건물을 제공해줘서 누가회와 성공회가 같이 합쳐서 진료소를 하고 있죠. 결국 정부나 서울역에서는 아무 것도 안 해 줬어요. 의사들은 보통 저녁에 와서 진료를 했지만 낮에 의사가 필요한 경우가 있었어요. 저희가 공중보건의사의 파견을 요청해서 공중보건의사가 오게 된 것이죠."
 
 
빈곤에서 병이 오고 병이 와서 빈곤해지는 악순환을 막아야
 
1998년 노숙인 문제가 사회에 표면화된 초창기부터 자원봉사 의료인들에 의한 노숙인 진료가 시작되었다. 그 동안 의사들은 경제적 이득에만 관심 있는 전문가집단이라는 부정적 인식들이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으나, 오래 전부터 지속적으로 많은 수의 의료인들이 대가없이 이주노동자나 노숙인들의 진료활동에 참여해왔다.
 
"빈곤에서 병이 오기도 하고 병이 와서 빈곤해지기도 하는 악순환이 일어나기 때문에 저는 기본적으로 의료는 무상의료가 되어야 한다고 봐요. 당장 나라의 재원이 모자라면 가난한 계층부터 서민부터는 무상의료가 되어야 해요. 아픈데도 치료받지 못해서 일 못하고 노숙인이 되었지만 진료를 받아서 건강해지면 실제로 노숙인으로부터 재활되어 사회인으로 사는 사람도 있거든요. 애초에 내려가지 않도록 진료 받아 건강하게 자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면 더 좋은 일이죠."
 
10년 동안 노숙인과 함께 해온 배기영 원장은 "빈곤에서 병이 오기도 하고 병이 와서 빈곤해지기도 하는 악순환'을 힘주어 말한다. 이제 빈곤과 같은 사회적 문제가 개인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환자의 건강을 위해 빈곤이 근본적으로 해결되어야 함을 설득력 있게 우리 사회에 말할 수 있는 전문가 집단은 의료인들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로서 의료인의 책무를 함께 전하고 있었다. 배기영 원장의 오랜 현장지원활동의 경험은 노숙인들의 치료, 재활, 사회복귀를 지원하는 기존의 의료인들의 활동에서 노숙인 발생을 예방하는 활동으로 한 걸음 나아가고 있었다.
 
                                                                                  
이화영 (인권의학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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