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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안규리_이주노동자들은 소중한 인권을 가진 아픈 분들... (2010.4.28)2017-08-22 15:30:33
카테고리인권의학실천가(단체)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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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안규리_선생님_인터뷰_전문_(최종)_1.hwp (115.5KB)


[인터뷰] 라파엘클리닉의 안규리 선생님,
 
 이주노동자들은 소중한 인권을 가진 아픈 분들...
 
우리사회의 소외계층에는 건강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이주노동자들이 있다. 보험이 적용되는 합법체류 이주노동자라 할지라도 보험의 의무가입은 부담으로 남아있고, 미등록 이주노동자인 경우 응급진료와 전염병 질환을 제외하고는 치료보다 추방이 우선인 상황에 놓여있는 것이 현실이다. 인류의 가장 아름다운 약속인 세계인권선언과 우리 현실과의 거리는 참으로 멀다.
이렇듯 여전히 취약한 이주노동자들의 건강권 회복을 위해 오랜 동안 의료지원활동을 해온 라파엘클리닉의 설립자이자 상임이사인 안규리 선생님(서울의대 내과교수)을 인권의학실천가로 선정하고 연구소의 이화영 대표가 만나 인터뷰를 하였다.
 

 
 
라파엘클리닉, 다양성이 존중되고 공존되는 현장
 
1996년, 김수환 추기경께서는 안규리 선생님께 살인죄로 사형 선고를 받은 파키스탄 노동자 두 사람의 편지를 받았다며 이들을 찾아가 사정을 알아보라고 부탁하셨다. 조사 후 그들은 입국한 지 얼마 안 돼 우연히 사건 현장에 있다가 우리말을 몰라 억울하게 살인 누명을 썼다는 것이 밝혀졌다. 사형 선고를 받고 3심을 기다리는 중 광주 교도소에서 추기경님께 편지를 쓴 것이 계기가 돼 결국 이들은 무죄 판명을 받았고 7년 만에 본국으로 돌아갔다. 이 일을 통해 안규리 선생님은 우리나라에 22만 명이나 되는 이주노동자의 실태를 깨닫게 됐다. 이들 대부분이 불법체류자이고 임금체불로 의료 혜택조차 제대로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절감하게 된 것이다. 이에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의료 활동으로 이들을 돕기로 결심했다. 다음해인 1997년, 라파엘클리닉이 설립됐고 라파엘클리닉은 그 후 10년이 넘도록 몸이 아픈 이주노동자들을 돌봐온 의료 NGO로 성장했다. 다름이 곧 차별로 이어지는 우리 사회의 현실과는 달리 라파엘클리닉은 다양성이 존중되고 공존되는 현장이다.
 
“우리 클리닉은요, 조각보 같아요. 의료인들도 19개과나 되고, 봉사자들도 통역봉사부터 시작해 고등학생도 있고, 인생을 봉사로 마무리하겠다는 할머니와 할아버지, 방글라데시나 몽골 분들도 계시거든요. 환자들도 각 나라에 걸쳐 다양한데 다양성을 존중하는 분위기고 서로의 다양성이 공존하는 자리가 되는 거예요. 서로 다른 professional에 대한 respect와 우리에게 저 사람이 없어서는 안 되는 그런 자리인거죠.”
 
200여 명의 의료진을 포함한 간호사와 약사, 일반 자원봉사자 등 600여 명이 라파엘클리닉의 든든한 동력으로, 그동안 도움을 받은 이주노동자는 12만여 명에 달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학교강당을 빌려 무료진료소 형태로 운영되는 실정이며 클리닉을 이용하는 환자의 70%는 미등록 이주노동자이다.
 
이주노동자들, 여전히 일반 의료기관 이용이 어려워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일반 의료기관 대신 라파엘클리닉을 이용하는 이유로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꼽는다. 안규리 선생님은 “보건소에 가면 한국인이 많아 자신이 없다고 해요. 그쪽의 의료진과 소통의 어려움이 있는 거죠. 또 그분들이 읽을 만한 책자나 교육 자료들이 없어요. 그래서 상당부분을 알아듣지 못하고 고작 3분간의 진료에 자기들의 이야기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라파엘클리닉으로 많이들 오세요. 그리고 이 분들이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일하시는데 보건소는 토요일 오전에 문을 닫거든요”라고 이주노동자들이 일반 의료기관 이용이 어려운 현실을 전한다.
 
신분, 국적을 떠나 아픈 사람을 치료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지금의 라파엘 클리닉은 무료로 운영된다. 하지만 안규리 선생님은 무료진료소뿐 아닌 일반 의료시스템에서 이주민이나 이주노동자들이 의료서비스를 잘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종적으로 라파엘클리닉과 같은 무료진료소가 우리 사회에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아 문을 닫게 되길 바란다는 것이다.
 
문화의 차이를 이해해야 진짜 소통할 수 있을 것

 
이주노동자와의 소통의 어려움은 단지 언어적 문제만은 아니다. 오랜 의료지원활동에서 얻어진 경험으로 비언어적 소통의 장벽, 즉 문화의 차이를 곳곳에서 실감할 수 있다. 우리말을 사용하는 조선족도 예외는 아니었다.
 
“조선족은 말이 잘 통한다고 생각하시겠지만 대개 잘 안 통했어요. 조선족은 우리랑 다른 세상에 살다 오신 거예요. 예를 들어서 ‘이 약이 지금 떨어졌습니다. 약을 나가서 사 드세요’하면 조선족 환자는 ‘줄섰는데 내놔야지, 왜 안내어 놓느냐?’고 화를 내세요. 마치 사회주의 국가에서처럼 줄을 서면 뭔가 제공해야할 의무가 있다는 거죠.”
 
환자와 의사간의 커뮤니케이션에도 비슷한 장벽이 있다. 가나다라 또는 ABC와 같은 언어보다도 문화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해 환자가 호소하는 고통이 의료진에게 제대로 전달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언어적 소통보다는 비언어적 소통이 문제가 됐어요. 그분들이 말하는 통증과 우리가 이해하는 통증이 다른 거예요. 몽골 분들이 ‘저는 콩팥(kidney)이 아픈데요’ 하는데 실제 콩팥이 아픈 게 아니라 허리통증이예요. ‘심장(heart)이 아프다’고 해서 심전도를 찍었는데 가슴을 부딪친 후 아픈 것을 말한 거예요.” 모든 통증을 장기 통증으로 표현하는 몽골의 경우처럼 나라마다 아픔의 표현 방법에 차이가 있다. 문화의 차이를 모르면 환자가 호소하는 아픔을 이해하는 것조차 참으로 어려운 일임을 실감하게 한다.
 
진료과정에서 환자-의사간 소통은 핵심적인 부분이다. 라파엘클리닉에서는 의료진을 위해 환자와의 소통 기술에 초점을 맞춘 교육을 진행한다. “예진을 하면서 환자와 interaction을 교육하는데요. 환자가 화를 낼 때나 절망해서 한 마디 말도 하지 않을 때 어떻게 말을 끌어낼 것인가 하는 것들에 대한 interaction 스킬을 교육합니다.” 특이하게 ‘벙어리 되기 training’도 있는데 이는 하루 종일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 몸으로만 상대방에게 의사를 전달하는 법을 가르친다. 이주노동자가 봉사자의 말을 못 알아들을 때 소통하는 방법을 훈련시키는 프로그램이다. 또 앞으로 ‘책임감 프로그램’에 중점을 두려고 하는데, 이를 통해 봉사는 시간 여유가 날 때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시간의 일정 부분을 떼어서 헌신하는 것이라는 책임감도 함께 부여하고 싶어서이다.
 
이주노동자들은 ‘소중한 인권을 가진 아픈 사람일 뿐“,,....
 
“저희는 ‘의료만큼은 인권이다. 기본권이다’라고 생각하면서 ‘이분들은 저희들에게 손님’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어요. 그분들의 아이디가 무슨 색깔이든지 저희들한테는 ‘소중한 인권을 가진 하나의 아픈 분일뿐이다’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것이 라파엘클리닉이 이주노동자들을 대하는 마음가짐이에요.”
 
이처럼 우리 사회에서 이주노동자의 의료지원서비스를 기본적 인권으로 보는 시각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제공자 중심의 의료서비스가 아닌 환자 중심의 의료서비스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양질의 의료서비스와 정보제공이 필수이다. 그러나 무료진료소에서 과연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가? 투약 중심의 일회성 서비스가 아니라 일상생활에 연결된 지속가능한 서비스, 즉 교육과 정보 등이 제공되는가? 등은 아직도 남아 있는 문제다.
 
라파엘클리닉은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위해 진단의 정확성에 중점을 두고 의료지원활동을 진행한다. “약이 습관화되지 않도록 왜 이 약이 필요한지 설명하고, 이를 위해 진단의 정확성을 위한 노력을 해요. 후배들 앞에서 정직한 진료를 하는 거고요. 당장 치료약을 주는 것보다 정확한 진단을 해서 정확한 정보를 주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라파엘클리닉이 향후 중점을 두고 진행하려는 부분은 ‘건강교육과 검진’이다. 치료중심에서 예방으로까지 헬스케어의 범위를 넓혀 이주노동자의 건강권을 근본적으로 접근하려는 라파엘클리닉의 노력을 볼 수 있다.
 
건강은 권리라는 상식을 외면하는 사회
 
이주노동자의 건강을 인권으로 접근할 때 가장 먼저 거론되는 문제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건강권이다. 안규리 선생님은 “응급상황이 아니더라도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아플 경우 회복할 수 있을 때까지 법적으로 신분보장을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라파엘클리닉에서 진단받은 후 치료제공에도 불구하고 잠적해버린 에이즈 환자의 예를 들며 “병이라는 것은 아픈 것만 해도 힘든데 이렇게 잠적해야 되는 상황을 만들지 말아야하고, 결국 잠적을 하게 되면 다른 건강한 사람들한테까지 이 어려움이 미친다는 면을 생각해야죠. 의료는 인권이고 기본권이잖아요.”
 
그러나 건강은 권리라는 상식을 우리사회는 외면하고 있다. 의료 접근성도 신분이나 경제적 여건에 따라 차별적으로 주어지는 게 아니고 권리이기 때문에 누구나 다 제공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우리사회는 지난 20여 년 간 많은 이주노동자들의 유입으로 다문화사회로 진입했으나 이들의 건강권은 여전히 라파엘클리닉과 같은 무료진료소의 의료 활동에 의존되고 있다. 안규리 선생님의 바람대로 무료진료소가 아닌 일반 의료기관에서 이주민이나 이주노동자들도 의료서비스를 잘 받을 수 있도록 권리에 기초한 보건정책과 의료시스템을 기대해본다.
 
이주노동자 지원 단체들 연대해야 성장할 수 있을 것
 
이주노동자들에게 의료지원을 해온 타 단체들과의 연대에 대해서 안규리 선생님은 “단체들 간의 경험을 공유하고 역할 분배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원활동을 위해 너무 바쁘고 구심점이 없는 상황에 인권의학연구소가 그 구심점 역할을 수행하면 어떻겠냐는 주문도 덧붙인다. 무엇보다도 의료지원 단체들 간의 연대를 통한 역할의 분배, 자료의 개발 및 교환들이 현실화된다면 지금까지의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의료지원 활동은 한 차원 더 업그레이드 될 것이라는 점에 깊이 동의하게 된다.
 
(이화영, 인권의학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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