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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김인아_의료인이기에 더욱 건강권에만 집중할 수 있어야 (2012.8.31) 2017-09-18 16:29:33
카테고리인권의학실천가(단체)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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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의료인이기에 더욱 건강권에만 집중할 수 있어야
 
연세대학교 직업환경의학과 김인아 교수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연이어 혈액, 종양 질환으로 죽어갔다. 그렇게 죽어간 사람 숫자만 올해까지 쉰 명이 넘지만 삼성측은 ‘연관성을 입증할 수 없다’며 사태를 방관하고 있다. 최근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사용하는 물질에서 1급 발암물질인 벤젠이 검출된 것으로 조사되었지만 아직까지도 발암물질과 백혈병의 상관관계가 명확히 규명된 바 없어 피해 노동자들과 유가족들의 힘든 싸움은 계속 되고 있다.
 
그러던 중 희소식 하나를 접했다. 2012년 6월 국제 직업환경의학회지에 ‘한국 반도체공장 노동자의 백혈병과 비호지킨 림프종(Leukemia and non-Hodgkin lymphoma in semiconductor industry workers in Korea)’이라는 논문이 실린 것이다. 연세대학교 김인아 교수가 제 1저자인 이 논문에는 삼성 전자 기흥, 온양 공장에서 일하다가 질병에 걸린 노동자의 사례들이 질적, 양적으로 분석되고 정리되어 담겨있다. 삼성 반도체 공장 노동자 백혈병 문제를 다룬 공인된 첫 학술자료로 앞으로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지키는 역할에 있어 초석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여, 인권의학연구소는 김인아 교수를 이 달의 인권의학실천가로 선정하고 인터뷰하였다.

 

 
“사실 직업환경의학 하는 사람에게 삼성에서 발생한 문제는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사느냐와 관계없이 중요한 문제입니다.”
 
삼성 반도체 공장의 문제에 대해 연구하게 된 계기에 대한 김인아 교수의 답이다. 직업성 암이 발생한 집단이 있다는 것, 혹은 암의 집단 발생이 있었다는 점에서, 직업환경의로서 삼성 반도체 공장의 노동 환경과 건강을 연구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했다. 그나마 한국 사회에서는 삼성 반도체 공장 백혈병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었고, 전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데에 비해, 국제적으로 보았을 때 이 문제에 대한 학자들의 관심은 부족했다. 미국의 IBM이나 영국의 National 반도체에서도 이러한 일들이 있었고, 현재 한국의 반도체 공장에서 사용되는 설비들이 조만간 동남아 국가들로 수출되면 그곳에서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다. 비단 한국 사회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뜻이다. 학술적으로도 기록해야 할 당위성과 필요성을 느꼈다.
 
“그런데 제가 또 우연치 않게 기회가 됐던 거예요. 직업환경의학과에서 하는 주요한 업무 중 하나가 관련 소견서를 쓰거나 평가하는 게 있는데 제가 삼성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소견서를 쓰게 될 기회가 생겼어요. 몇몇 분들 소견서를 쓰면서 이 문제를 정리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과학적 한계를 놓고 보았을 때 100% 명확하게 관련성 여부까지 명확히 밝혀낼 수는 없지만, 이러한 사례들을 기록으로 남겨두고 그 기록을 바탕으로 다음 단계를 모색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중요하겠다고 생각해서 논문을 쓰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먼저 사례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악성 빈혈로 사망한 사례부터 현재 뇌종양 투병 사례까지 총 58개의 사례를 모아 그 중 혈액암에 집중하기로 했다. 17개의 사례가 엄선되었다.
 
“직업성 암 중 가장 흔하게 이야기가 되는 것이 폐암과 혈액암이에요. 직업적 요인과 화학요인이 가장 많이 밝혀진 두 가지 암인 셈이죠. 그런데 이 두 암의 결정적인 차이는 잠복기에 있어요. 혈액암은 굉장히 짧은 시간에 노출이 되어도 발병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반면에 폐암은 최소한 10년 이상의 폐암발암물질에 노출이 되어야 고형암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굉장히 근속연수가 짧아요. 때문에 폐암이 생길 정도로 길게 일한 사람은 없을 것으로 추측했고, 실제로 제보 사례 중에서도 폐암은 한 건도 없었고요.
 
하지만 연구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삼성측의 자료 공개 거부 등으로 기초 자료를 모으는 것만도 힘들었다.
 
“삼성 정도의 재정적 기반이 있는 회사라면 우리나라 현실에서 상대하기 어렵긴 해요. 개인정보 보호 측면에서 공개를 거부하기 때문에 인사 자료나 고용 자료 등의 자료 수집을 하기 어렵다는 측면이 크죠.”
 
때문에 훌륭한 연구였음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제한점이 남았다. 전수조사가 불가능했기 때문에 암 발생률 비교를 할 수 없었고, 공장 내에서 사용되는 화학물질을 제대로 조사할 수 없었기에 근무 환경과 암 발생률에 대해 상관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명확히 주장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김인아 교수는 이러한 제한점들을 극복하기 위한 추후 연구 과제들을 구상중이다.
 
“단순히 상대사망비, 표준화발생률만을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의 역학적 연구를 해보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호발 연령이 아닌 젊은 연령의 여성들에게서 암이 많이 발생하고 있었고, 다른 암종보다 유난히 혈액암종이 우세했습니다. 물론 이런 사례들만 보고가 된 것일 수도 있지만 이에 대해서도 조사를 좀 해봤으면 좋겠어요. 또, 암이라는 질병 자체가 워낙 드물게 발생하기 때문에 대규모의 역학연구를 한다고 해도 20-30년 지난다고 해도 통계적으로 유의한 결과를 찾기 어려워요. 그렇다면 환자대조군연구를 적극적으로 해보는 방법도 있겠지요. 예를 들어, 반도체 산업이 아닌 다른 전자 산업에서 비교적 젊은 나이의 공장에서 일을 했던 여성들을 대상으로 그 사람들의 직업력을 가지고 분석하는 연구를 추후에 해보고 싶습니다.”
 
그 밖에도 여러 가지 구상이 있다. 동물실험도 생각하고 있다. 물론 동물실험 한 것을 인간의 병리적 현상에 직접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지만, 과거의 환경을 재연하는 시뮬레이션을 해보는 것으로도 유의미한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이 과학적 연구로만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조금 더 명확한 결과를 위해서 비용이 다소 더 들더라도 공개적인 방식의 조사와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 과거엔 아무것도 공개되지 않았었고 밝혀지지 않았었지만 이 연구는 삼성 반도체 공장 백혈병 문제를 국제 학회라는 공론의 장에 소개했다. 질병의 가능성에 대한 소개는 질병의 예방으로 이어질 것이다. 바로 이 부분에서 이 연구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직업환경의학의 범위를 뛰어 넘어 다학제간 연구를 시도해 보고픈 욕심도 있다.
 
“이게 단지 전자 산업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우리나라에 암등록 제도가 있죠. 암환자가 발생 하면 암등록을 하게 되어있는데 매번 공란으로 남아있는 부분이 직업력이더라구요. 암등록을 할 때 여러 가지 정보를 입력하게 되어있는데, 이래서는 이 사람이 과거에 무슨 일을 했는지 잘 알 수가 없어요. 현재 직업을 물어본다고 해도 암이라는 건 오랜 시간에 걸쳐 발병하는 것이기 때문에 과거 직업력이 무척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기회가 된다면 가장 해보고 싶은 일은, 종양내과와 협진하는 방식으로, 직업환경의학과가 있는 병원에서만이라도 암등록 시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가 환자를 문진하고 직업력을 기록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유방암 환자 중 교대근무의 경험이 있는 사람이 몇 퍼센트인지 확인이 된다면 유방암 예방적 차원에서 매우 가치 있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는 연구를 시도해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환자들에게 그들의 병이 왜 생겼는지 원인을 밝히기 위해 노력을 하는 것, 나아가 필요에 따라 그들이 산업재해 보상을 받을 수 있게끔 돕는 것 역시 의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며, 현재 직업환경의학과가 설치된 대형 병원에서만이라도 이런 제도가 구축되어야 할 것이라고 다시 강조했다.
 
삼성의 문제에서 볼 수 있듯이 기업의 이윤과 노동자들의 건강권이 상충되는 모습들을 사회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보건의료인이 가져야 할 자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김인아 교수에게 물었다.

 
“기업의 이익이 굉장히 중요할 수 있어요 어쨌든 사회가 유지되려면 중히 고려되어야 하고, 때문에 정책을 하는 사람들이나 경영을 하는 사람들은 늘 생각을 할 수밖에 없겠죠. 그래서 보건의료인들은 오히려 그런 고민까지 할 필요 없다고 봐요. 오히려 보건의료인들은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더 집중했으면 좋겠어요. 꼭 내가 아니더라도 사회적으로 이걸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분들은 또 있겠지만, 이 사회에서 ‘내가’ 반드시 해야 할 역할이라는 것이 있거든요. 전 그것이 사람들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하는 역할이라고 봐요.”
 
사람들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최선부터 차악까지 주어진다면 힘 닿는 데까지 최선의 방법을 선택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보건의료인에게 주어진 역할이라는 것이다. 물론 그 선택이 종종 한계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때문에 예방이 더욱 중요해진다.
 
“저는 학생 때부터 원래 사회적인 차원에서 의료를 접근하는 것을 하고 싶어 했어요. 환자 개인의 병을 밝혀내고 치료하는 성과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인구 집단 전체에 개입을 해서 그 사람들의 건강을 좋게 만들어주는 것에 대해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꼈던 것 같아요. 그러던 중에 노동자 건강에 대해 깊게 공부하고 싶어졌고, 환자를 만나면서 연구도 할 수 있는, 임상적 측면과 사회 의학적 측면 모두를 가지고 있는 직업환경의학을 선택했네요.”
 
‘지금까지 발생한 환자들을 치료하는 것만큼이나 앞으로 지금의 잘못이 반복되지 않게 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조금의 위험성도 간과해서는 안 되고 그것이 질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면 예방하는 것이 옳다.’ 김인아 교수는 이러한 원칙들을 임상적으로 실천할 방법을 끊임없이 모색하고, 이와 관련된 사례를 연구하고 있었다. 이번의 연구를 시작으로, 노동자의 건강과 관련되어 발표될 그의 추후 연구들과, 그 연구들이 기여하여 만들어질 ‘노동자가 건강한 사회’를 기대해본다.
 
 
정리 : 김규연 (인권의학연구소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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