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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실천가인터뷰]환자인권 vs 의사인권, 허구적 대립구도 형성 (2010.8.26)2017-07-17 17:30:34
카테고리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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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인권 vs 의사인권, 허구적 대립구도 형성
 
 
우리 사회에서 고혈압이나 당뇨와는 달리 에이즈는 진단됨과 동시에 사회적 차별과 배제에 직면하게 되는 질병이다. 환자에 대한 이러한 사회적 낙인(stigma)은 환자로 하여금 치료받는 것을 주저하게 만들고 있어서 환자 개개인의 건강이 악화되는 것은 물론 에이즈 확산을 촉진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와 같이 질병으로 인해 인권을 침해당하고 차별받아온 HIV 감염인의 인권보호와 의료접근권 확보를 위해 감염인 인권단체연대인 나누리 플러스와 함께 오랜 동안 노력해 오신 한림대학교 사회의학교실의 최용준 교수를 인권의학 실천가로 선정하고 연구소의 이화영 대표가 만나 인터뷰를 하였다.

 

 
나누리 플러스는 에이즈로 인해 침해당하고 차별받는 환자들의 인권증진과 보호를 위해 활동하는 연대기구이다. 이미 에이즈 환자의 인권증진을 위해 활동하고 있었던 단체들이 국가인권위원회의 HIV/AIDS 인권지침서 발간 프로젝트를 계기로 모여 향후 필요한 사안에 대해 함께 대응하려는 목적으로 설립하였다. 대표적인 나누리 플러스의 활동은 에이즈 치료제인 푸제온에 대한 강제실시청구활동과 에이즈 예방법 개정 활동이다. 에이즈 예방 정책은 환자의 색출이나 격리, 모니터링과 같은 감시와 격리가 아닌 감염인의 인권증진과 보호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문제제기를 하였고 이를 법안 개정에 반영하고자 했었다.
 
"국민 건강권이냐 감염인 인권보호냐" 대립을 부추기는 언론
 
 
국제 사회는 익명검사의 활성화나 환자정보유출금지, 사생활권 보호와 같은 감염인 인권보호에 근간을 둔 정책이 감염인에게 치료의 기회를 보장할 뿐 아니라 에이즈 확산을 예방한다는 관리전략을 뚜렷한 지침으로 정하고 있다. 즉 감염인들의 인권을 잘 보장해야만 실제로 국민 건강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감염인들이 적절한 시기에 검사를 받고 자신의 상태를 알고 치료를 받음으로써 감염력 (혈중 바이러스 농도)을 약화시키고 그를 통해서 전파의 위험도 줄일 수 있다는 접근법이다. 우리 나라 에이즈 예방 정책을 주관하는 질병관리 본부의 내부전문가들도 감염인등록, 관리, 소재지 파악과 같은 기존의 접근방법이 에이즈 예방에 실효성이 없다는 인식을 이미 가지고 있으나 현실에서 정부의 정책은 정치권이나 여론에 의해 영향 받을 수밖에 없었다.
 
"2008년 에이즈 예방법의 전면 개정 전후로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정부의 개정 법률안에 대해 권고한 적이 있었어요. 개정안이 감염인의 인권 보호라든가 그것을 통해 에이즈 예방이나 전파를 막는다는 점에서는 진일보하였지만 아직도 부족하고 개선될 면이 많다고 지적한 거죠. 인권위원회 권고가 발표가 된 다음, 언론에서 기사가 나왔는데 인권위원회 권고가 소위 '국민 건강권 보호와 감염인들의 인권보호라는 양자 간의 대립을 불러일으킬 공산이 크다' 고 보도했어요."
 
에이즈에 대한 국제 사회의 인식과는 대조적으로 우리 사회의 언론은 앞장서 "국민 건강권이냐 감염인 인권보호냐" 하며 대립구도로 몰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에이즈 문제에 있어서는 언론이 실정법과 행정의 인식을 쫓아가지 못한 셈이다. 매년 국회 국정감사 시기가 되면 정치권에서는 '감염인들 소재 파악이 왜 안 되느냐' 하는 질문들이 여전히 나오고 있다. 전반적으로 우리 사회의 언론이나 정치권 즉 사회적으로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이들의 에이즈 관련 인식은 국제 사회에 비해 매우 부족하다고 하겠다.
 
의료기관에서의 에이즈 환자에 대한 인권침해
 
2005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실시한 "HIV 감염인 인권실태조사" 결과에 의하면 응답자의 절반이 병의원에서 타 환자에 비해 차별을 받거나 진료거부, 감염사실 누설과 같은 인권침해를 경험했다고 한다. 에이즈 환자나 HIV 감염인들이 의료기관에서 경험하는 차별이나 인권침해의 빈도나 결과는 심각하다는 얘기인데 의료진들에 의한 환자 인권침해의 원인의 하나로 최 교수는 가부장적인 의료 문화를 지적한다.
 
 
"감염인 뿐 아니라 의료현장에서 전반적인 환자의 인권이 진료과정에서 과연 존중받고 있는가를 생각해봐야 될 것 같아요. 예컨대 고혈압환자나 당뇨환자, 또는 수술 때문에 입원한 환자들이 인권기준에 비추어서 병원에서 어떤 대우를 받고 있고 의료진으로부터 존중받으면서 공동으로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있는가? 하고 질문을 던져본다면 감염인까지 갈 것도 없이 긍정적인 답을 하기는 어려워요.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의료계가 여전히 가부장적이고 위계적이고 남성적인 질서가 뿌리 깊다 보니 그런 점이 영향을 미친 것 같습니다."
 
HIV/AIDS 감염인들을 포함해서 사회적 약자들에 대해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어떤 태도를 보이고 있는가를 보면 의사를 비롯한 의료진들도 우리사회의 평균수준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인다.
 
"의사가 특별히 도덕적이거나 특별히 비도덕적이지 아닌 이상에야 의료내적으로는 일반적인 환자-의사 사이의 문제가 있을 것이고, 우리 사회 전체적으로는 사회적 약자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는지가 상당히 영향을 미쳤을 것 같아요. 그것이 교차가 되면 HIV/AIDS 감염인들이 가장 취약한 상태가 되죠."
 
에이즈에 대한 의료인들의 우려
 
감염내과전문의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의료인들에게 에이즈 관련 의과학적 전문지식이나 감염인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나 차별에 대한 이해를 돕는 보수교육이 없었던 것도 의료기관에서의 감염인 인권 침해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사실 에이즈 환자를 의료현장에서 만나야 되는 의료인들은 일반인보다 더 많이 우려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과연 그렇다면 의료인이 HIV 감염인을 치료하면서 감염인의 혈액이나 체액에 노출되었을 때 감염 위험성은 어느 정도이고 또 예방 조치는 무엇인지를 알아보았다.
 
"의료인들이 많이 우려하는 것은 에이즈 환자의 혈액이나 체액에 오염된 주사바늘에 찔렸을 때와 의료인의 점막이 노출되었을 때인 것 같습니다 기존의 여러 연구결과를 종합해보면 감염 확률이 바늘에 찔렸을 때는 0.3%, 점막에 노출 되었을 때는 0.1% 정도라고 해요. 피부만 손상되었을 때에는 그 보다 더 낮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어요. 이런 문제가 HIV 경우 아주 중요하지만 사실 B형 간염과 비교하고 있었어요. B형 간염 같은 경우에는 연구결과에 따라서 6~30%정도, C형 간염 같은 경우에는 1.8%정도예요. 확률적으로 따지면 간염 바이러스에 비해서는 HIV 감염 확률이 훨씬 낮은 편인데, 에이즈라는 질병이 우리들한테 인식되는 바가 간염에 비해서 훨씬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지는 거죠."
 
의료현장에서 진료 과정 중 발생할 수 있는 의료인들의 감염은 비단 에이즈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의료인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을까?
 
              

 
"일반주의 (universal precaution) 라고 얘기를 합니다. 특히 미국 같은 경우, 감염인들이 많이 확인되고 의료현장에서 의료인들의 안전이라는 문제가 제기되면서 80년대 중반에 일반주의와 관련해 환자들의 체액이나 혈액으로부터 의료인들을 어떻게 보호를 하고, 어떻게 처리를 할 것인가를 논의했어요. 환자에게 어떤 시술이나 처치를 할 때 의료인들이 확보해야할 것이 있다는 거죠. 안전하게 설계된 의료용구, 의료진들의 찔릴 위험을 아주 줄여주는 안전한 바늘 등 이예요. 치과 의사 같은 경우, 보호안경이나 처치 시 장갑 착용과 같은 것들인데요. 우선 의료기관에서 일반주의에 대한 원칙을 잘 만들고 실제로 의료인들이 순응하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일반주의'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의료인의 의지나 지식뿐만 아니라 의료인이 속한 의료기관의 정책이나 방침이 상당히 중요함을 최 교수는 강조한다. 그러나 의료기관들이 수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면 마땅히 의료인들이 갖추어야 될 안전장구의 확보나 관련 교육을 소홀히 할 수 있다. 실제 의료현장에는 간염바이러스와 같은 상황들도 있어서 에이즈 문제가 아니더라도 일반주의나 표준주의를 반드시 준수해야한다. 그러나 그 사실을 제외하고 문제를 보게 되면 결국 에이즈 환자의 인권이 문제냐, 의료인이 안전하게 일할 권리가 문제냐, 환자인권 vs 의사인권 하면서 허구적인 대립구도가 형성되는 것이다. 따라서 의료기관에서의 에이즈 환자 인권 보호문제는 어느 정도까지는 교육이나 수련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제도적인 접근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하겠다.
 
감염인과 의료인을 포함해 전 국민이 더불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감염인을 보호,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민의 건강과 감염인의 인권은 결코 대립되는 관계가 아닌 것처럼 의료인의 건강권과 환자의 인권은 충돌과 배제가 아닌 우리 사회 변화를 위해 함께 가야할 길이다.
 
이화영 (인권의학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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