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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3.8 특집] 열세 살 여공과 국제 여성의 날2023-03-13 13: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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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특집] 열세 살 여공과 국제 여성의 날

 

지난 3월 8일은 국제 여성의 날이다.

 

국제 여성의 날은 시간을 거슬러 1908년 미국의 섬유 여성노동자들이 열악한 작업장에서의 화재로 숨진 여성들을 기리며, 근로여건 개선, 노동조합 결성, 임금인상과 참정권을 요구하는 시위로부터 기원한다. 이후 국제연합은 1977, 38일을 특정하여 국제 여성의 날로 공식 지정하였다. 우리나라는 2018년부터 법정기념일로 공식 지정하였다. 오늘날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 곳곳에서 국제 여성의 날을 맞아 다양한 행사를 통해 이 날을 기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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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미국 섬유 여성노동자들의 시위>

 

1908년의 미국 섬유 여성노동자들의 궐기와 시위로부터 약 70여년 후, 대한민국에서도 여성노동자들을 비롯한 노동자들의 연대와 참여가 있었다. 이를 대표하는 사건 중 하나가 197799청계피복노조 노동교실사수투쟁이었다.

 

1970년대 대한민국의 섬유·의류 산업은 명실공히 여성 노동자들이 떠받쳐온 산업이었다. 당시 평화시장의 노동자 26800명 중 85.9%14~24세 여성이었고, 그중 절반이 18세 미만이었다. 집안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소녀들은 남들이 초등학교, 중학교를 다닐 12~14세의 나이에 평화시장에 취업해 하루에 13~14시간씩 살인적인 강도의 노동을 해야만 했었다. 이들은 이름 대신에 자신에게 배정된 미싱 기계의 번호로 불리었고, 이들에게 너무나도 흔히 욕설과 구타가 행해졌다. 이들은 한 사람의 여성노동자가 아닌 시다또는 공순이로 함부로 얕잡아 불리었다. 이러한 어린 여성노동자들에게는 어떠한 도움의 손길도 배움의 손길도 없었다.

 

19701113일 어린 여성노동자들의 근로 개선을 외치며 분신한 전태일 열사의 죽음 후 청계피복노동조합이 결성된다. 청계피복노조는 1973년 노동교실을 설립하여 노동자들에게 배움의 장을 마련하였다. 사업자들과 정부당국의 압제 속에서도 저항을 통해 노동교실을 유지해왔으나, 7799일 노동교실 반환 등을 요구하는 청계피복노조의 농성에 경찰은 폭력을 동반한 강경진압으로 대응하였다. 이날 경찰은 53명을 연행하였고 5명을 구속하고 9명을 즉결심판에 넘겼다. 이들은 구속, 수사, 투옥, 해직 등 국가에 의한 폭력을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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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영화 <미싱타는 여자들>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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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3. 영화 <미싱타는 여자들>(), 에세이 <열세 살 여공의 삶>>

 

5명의 조합원 중에는 신순애 선생이 있었다. 그는 13살의 어린 나이로 1966년부터 평화시장의 봉제공장에서 미싱 시다로 일하였다. 그는 1974년 청계피복노조의 노동교실을 다니며 배움을 통해 단단하고 당당한 여성노동자이자 노동운동가로서 거듭났다. 신순애 선생은 1977년 노동교실이 폐쇄된 뒤에도 자비로 방을 구하고 선생을 자처하며 노동자들에게 자신이 받았던 배움의 기회를 나눴다. 또한 노동 조건 개선과 생존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노동운동을 지속해나갔다. 19811월 신군부에 의해 청계피복노조가 강제 해산되자 이를 위한 항의 투쟁을 준비하다 주동자로 몰려 2년 넘게 수배생활을 했으며, 이후 취업이 제한되었고 경찰의 감시로 인해 혼인 후 2년 동안 18번이나 이사를 다니는 수난을 겪기도 하였다.

 

40여 년이 지난 20217,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이 같은 노력과 희생에 대해 국가는 민사 배상을 했으며, 신순애 선생은 배상금 전액을 인권의학연구소의 장학사업을 위해 기부했다. 지난 34일 인권의학연구소는 2기 장학금 수여식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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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4. 인권의학연구소 2기 장학금 수여식>

 

신순애 선생이 노동교실을 다니며 배우고 익힌 것 중 하나는 동료 노동자들이 서로를 미싱 번호가 아닌 이름으로 부르는 것이었다. 번호가 아닌 이름으로 부르고 불림으로써, 기계가 아닌 인간으로 대우하고 대우받은 것이었다. 사업자와 정부당국의 국가폭력과 압제 속에서도 노동교실를 비롯한 노동운동을 통해, 신순애 선생을 비롯한 여성노동자들은 여성으로서의 권리와 노동자로서의 권익을 신장하였다.

 

신순애 선생은 국가로부터 폭력의 피해를 받은 당사자들과 그들의 자손들에게 장학금을 기부하고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며, 선생이 노동교실과 노동운동을 통해 여성이자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되찾았듯, 장학생들도 배움을 통해 스스로의 권익을 찾길 바란 것이다.

 

1908년 미국의 섬유 여성노동자들이 근로조건 개선과 참정권을 요구한 권익신장 운동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뻗어나갔다. 그로부터 약 70여년 후 청계피복노도종합 노동자들은 노동교실을 비롯한 노동운동을 통해 여성으로서의 권리와 노동자로서의 권익을 위해 힘썼다. 오늘날 그러한 참여와 연대의 정신과 유산은 계속해서 이어져 노동운동, 간첩조작 등 국가폭력의 피해 당사자와 그 자손에게 배움의 기회로 전해지고 있다.

 

202338일 국제 여성의 날, 여성노동자들의 연대와 참여로 시작한 국제 여성의 날’, 참여와 연대는 더욱 크고 넓게 이어져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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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5. 신순애 선생님과 인권의학연구소 2기 장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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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인권의학연구소 장학생 모집](사)인권의학연구소는 2024년 제3회 인권의학연구소 장학생을 모집합니다. 인권의학연구소 장학사업은 연구소 후원회원이자 『열세 살 여공의 삶』의 저자인 신순애 선생의 기부로 마련되었습니다.신순애 기부자의 지향에 따라 국가폭력 피해자와 가족들의 교육을 위해 소중하게 사용하고자 합니다. 본 장학사업을 통해 국가폭력 피해 생존자는 물론 그 2, 3세대가 민주화를 위한 국가폭력 피해자의 저항과 희생의 숭고한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자세항 사항은 아래 포스터와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imhr.or.kr/index.php/notice/?board_name=notice&mode=view&board_action=modify&board_pid=79&search_...문의사항은 인권의학연구소 사무국으로 언제든지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이메일 : imhrc@naver.com- 전 화 : 02-711-7588#인권의학연구소, #장학사업,#2023년장학생모집,#장학생모집, #국가폭력,#교육,#장학생, #장학생선발 ... See MoreSee L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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