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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4.3 특집] 그만 속숨허라, 그만 숨어라. 이제 숨 쉬어라.2023-04-14 14:5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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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3 특집] 그만 속숨허라, 그만 숨어라. 이제 숨 쉬어라. 

 

제주의 근현대사는 "제주4.3에서 간첩조작사건"에 이르기까지 국가폭력이 반복되었고, 그 아픔은 여전히 지금도 곳곳에 있다.

 

속숨허라제주말이다. ‘숨을 속으로 삼켜라라는 뜻이다. 숨을 속으로 삼키면 말을 내뱉을 수 없다숨을 속으로 삼키라는 말은 말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숨을 죽이라는 것이다. 숨죽이고 살아야 죽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제주 4.3과 그로 인한 3만 여명의 죽음, 그 후 죽지 못해 살아나간 삶이 담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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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제주4.3희생자 마을별 분포지도(출처 : 제주4.3아카이브)>

 

아름다운 풍광과 자연의 제주는 과거 수탈의 땅이었다.

 

일제강점 간 전 국토와 국민이 일제로부터 수탈과 억압을 받았다. 제주도 마찬가지였다. 상당수의 제주 사람들은 먹고 살기 위해 고향을 떠나 일본에 특히 오사카에 자리 잡았다. 일제강점 말 야욕으로 전쟁을 일으킨 일본은 수세에 몰리자 제주도를 전략기지로서 군사요새화 하였다. 일본군 6만여 명이 제주에 주둔하였다. 일제와 일본군에 의한 수탈과 동원이 계속되었다. 일본의 패망 후 광복이 찾아왔을 때 제주를 떠나 타국·타향살이에 지친 고향 주민들은 한 가닥 희망을 품고 대거 제주로 돌아왔다. 모든 게 부족한 제주에서 사람들의 희망과 열망만이 들끓는 가운데 긍정적인 변화는 요원하였고 상황은 악화되어갔다. 물자가 부족했고, 전염병이 창궐했으며, 식량난이 겹쳤다. 민심 또한 악화되었다.

 

미군정은 일제에 부역한 경찰들을 군정경찰로 다시 등용하고 치안을 맡겼다. 군정 관리들은 사태를 수습하지 못하고 사리를 채우며 부정행위를 일삼았다. 194731일 경찰의 발포 사건에 항의하는 민·관 총파업이 310일 제주도청을 시작으로 일어났다. 미군정은 도민을 살상한 경찰의 발포 사건을 추궁하지 않고 좌익세력 척결에 주력했다. 1947314일 미군정청 경무부장 조병옥은 제주도민들의 저항을 폭동으로 여기고 타 지역 경찰을 동원해 무력으로 진압하였다. 1948년 제주4.3. 발발 직전까지 2,500명이 구금당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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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3.1 경찰 발포 사건 장소였던 관덕정 앞(), 4.3사건 당시 사라진 곤을동 마을()

지난 11월, 국가폭력 생존자회 회원들의 제주역사투어 중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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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3. 중산간지대로 피신한 제주 사람들 (출처 : 제주4.3 아카이브)>

 

194843일 제주도 내 남로당은 무장대를 조직하여 관과 경찰을 공격하였다. 이승만 정권은 정부 수립 후 제주도의 상황을 정권의 정통성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하고 무력진압에 나섰다. 19481117일 제주도 전역에 계엄령이 선포되고 강경진압작전을 실시하여 중산간 마을을 초토화시키기에 이른다. 대다수의 마을이 소각되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살해되었다. 서북청년단 등 우익단체들은 가족 중에 청년이 사라진 집안사람들을 도피자 가족이라 하여 부모와 형제자매를 대신 죽이는 대살을 자행하였다. 무구하고 무관한 사람들이 국가가 자행하고 동조한 폭력 앞에 소거되었고 절멸되었다. 살아남은 이들은 속숨허여조용히 가만히 숨죽이고 아무 말 않고 살아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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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4. 산으로 피신 갔다가 하산하는 주민들(출처 : 제주4.3아카이브)>

 

4.3 이후 제주는 불모의 땅이 되었습니다. 생계를 위해 또다시 제주도민들은 일본으로 떠났다. 이들이 또 다시 한 가닥 실낱같은 희망과 염원을 품고 일본에서 돌아왔을 때, 이들이 마주한 것은 형태만 다를 뿐 무자비한 국가 폭력이었다. 군사독재정권은 정권의 안정과 유지를 위해 간첩조작사건을 만들어냈다. 무고한 이들이 고문을 통한 허위자백으로 간첩이 되었다. 짓지 않은 죄로 수감되어 풀려나 돌아온 이들을 맞이한 것은 간첩이라는 누명에 따른 냉대와 모멸, 오욕이었다. 이들은 보호관찰 속에서 속숨허며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 행동도 하지 않고 숨죽이고 삶을 견뎌내야만 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의 노력 끝에 제주4.3의 진상이 밝혀지고 변화가 일었듯, 이들의 일부는 재심 끝에 무죄를 받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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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5. 간첩조작사건 생존자 강광보(), 임문준() 선생의 재심 무죄 선고일. 이들은 현재 제주에 살고 있다.

 사진(출처 : 노컷뉴스, 연합뉴스)>

 

속숨허지 않고 숨을 내쉬고 말을 내뱉을 수 있기까지 많은 분들의 노력이 있었다. 살아내고 바라냄으로써, 기억을 잊지 않고 이음으로써 오늘날 많은 이들이 제주4.3을 잊지 않고 기억하게 되었다. 이들의 노력은 또 다른 국가폭력인 간첩조작사건으로 이어졌다. 제주도의회가 민의를 반영해 공포한 제주도 간첩 조작사건 피해자 등의 명예회복 및 지원에 관한 조례에 따라, 지난 해 제주도에서는 간첩조작사건 피해실태 조사보고서가 나왔다. 제주도는 이달부터 2차 실태 조사를 진행해 추가 피해자를 찾고,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제주도는 참혹한 폭력과 학살의 현장이었던 수탈의 땅에서 희망과 바람을 담은 평화의 섬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 글을 마무리하며 며칠 전 버스 안에서 탑승객 한 분이 제주 방언이 여럿 나타나는 책을 읽고 있었다. 책은 현기영 작가의 소설 순이 삼촌이었다. 잊지 않고 잇기 위해, 살아내고 숨을 내쉬고 말을 내뱉기까지 함께한 제주4.3 생존자와 유족들을 기억하며 인권의학연구소도 피해생존자들의 치유와 국가폭력의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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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6. 강광보 선생과 함께 제주 "수상한 집" 앞에서 함깨한 국가폭력 생존자회 회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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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2024 정기 총회 개최 안내1. (사)인권의학연구소는 모든 임원과 정회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와 평화의 인사를 드립니다.2. 오는 2024년 2월 26일(월) 늦은 5시부터 인권의학연구소는 정관 제20조(총회소집)에 의거하여 사단법인 인권의학연구소 정기총회를 개최할 예정입니다.3. 2024년 정기총회는 인권의학연구소 1층 소강당에서 대면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4. 이번 정기총회 안건은 - 2023년도 사업보고와 결산보고에 대한 감사결과 심의 - 2024년도 사업계획(안)과 예산계획(안) 심의 - 기타 안건5. 부득이하게 총회에 참석하지 못하는 임원과 정회원께서는 2024년 정기총회 개최(2월 26일) 전까지 위임여부를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첨부한 위임장을 작성하시어 인권의학연구소 사무국으로 문자 사진(010-6375-6234), 이메일(imhrc@naver.com), Fax(02-711-7589)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감사랍니다.문의: 인권의학연구소 사무국 (02-711-7588, imhrc@naver.com) ... See MoreSee L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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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인권의학연구소 장학생 모집](사)인권의학연구소는 2024년 제3회 인권의학연구소 장학생을 모집합니다. 인권의학연구소 장학사업은 연구소 후원회원이자 『열세 살 여공의 삶』의 저자인 신순애 선생의 기부로 마련되었습니다.신순애 기부자의 지향에 따라 국가폭력 피해자와 가족들의 교육을 위해 소중하게 사용하고자 합니다. 본 장학사업을 통해 국가폭력 피해 생존자는 물론 그 2, 3세대가 민주화를 위한 국가폭력 피해자의 저항과 희생의 숭고한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자세항 사항은 아래 포스터와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imhr.or.kr/index.php/notice/?board_name=notice&mode=view&board_action=modify&board_pid=79&search_...문의사항은 인권의학연구소 사무국으로 언제든지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이메일 : imhrc@naver.com- 전 화 : 02-711-7588#인권의학연구소, #장학사업,#2023년장학생모집,#장학생모집, #국가폭력,#교육,#장학생, #장학생선발 ... See MoreSee L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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