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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기억] 재일동포 간첩조작사건 피해자 김승효 선생, 영면하다.2020-12-31 13:3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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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동포 간첩조작사건 피해자 김승효 선생, 영면하다.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조작사건 피해자 김승효 선생이 극심한 고문후유증에 시달리다가 지난 1226일 세상을 떠나 영면하였다. 고인은 재일동포 2세로 1950년 일본 교토에서 태어났다. 1969년 교토의 리츠메이칸 대학 철학과에 재학 중 민족적 정체성을 찾고 한국의 문화를 배우고자 1973년 조국으로 유학 왔다. 김승효 선생은 1974년 서울대 교양과정부에 입학하자마자 같은해 5월 중앙정보부에 불법연행되어 잔혹한 고문을 받고 간첩으로 조작됐다. 이후 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징역 12년이 선고됐다.

 

 박정희 군사독재정권은 유신선포 후 수많은 재일동포 유학생을 간첩으로 조작했다. 일본에서 민족적 차별로 인해 고통받는 와중에서도 민족적 정체성을 찾기 위해, 조국의 언어, 역사, 문학 등을 배우기 위해 조국으로 유학 온 강제연행·구금하고 고문하여 간첩으로 조작했다. 이는 전두환 군사독재정권까지 이어졌다. 민단과 조총련이 함께 거주하는 일본 상황상 군사독재정권에게 재일동포는 간첩으로 조작하기 쉬운 대상일 뿐이었다.

 

 김승효 선생은 6년의 복역생활을 마치고 19818월 광복절 특사로 석방됐지만, 이미 감옥에서부터 고문에 의한 조현병으로 고통을 받았다. 그러나 당시 교도소에서 아무런 치료를 받지 못하고 증세가 악화되어 석방 이후에도 20년 이상을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등 평생을 조현병으로 시달리다가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

 

 고 김승효 선생 (1950.4.16-2020.12.26). 사진강종헌(재일동포 간첩조작 피해자) 제공

[뉴스타파] 우리 시대의 어둠의 증언자김승효, 스러지다 https://newstapa.org/article/EJtyC

 

 김승효 선생은 201883144년 만에 재심으로 무죄를 선고받고 간첩 누명을 벗고, 무죄 사실을 알고 기뻐했으나, 고문후유증과 조국에 대한 공포는 여전히 그를 지배하고 있었다. 고인의 가족, 변호인인 장경욱 변호사, 신윤경 변호사는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소송에서 고인이 고문에 의해 조현병이 발생·악화하였다는 것을 밝히기 원했다. 이를 위해 인권의학연구소·김근태기념치유센터가 함께 노력했다.

 

 2019830일 ~ 91일에 인권의학연구소 치유지원팀장 손창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박은성 사무국장은 장경욱, 신윤경 변호사와 함께 김승효 선생 자택을 방문하여, 고인과 그의 가족, 그리고 친구들을 면담했다. 그리고 같은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인 강종헌과 유영수가 면담을 위해 통역했다. 그해 831일은 고인이 재심에서 무죄를 받은 지 만 1년이 되는 날이었다 

  통역하는 강종헌 선생(좌)과 김승효 선생(우) (2019.8.30, 인권의학연구소 손창호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와 면담 중)

 

면담 중에 김승효 선생의 가족과 친구들은 그가 계속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고 교우관계도 원만하고 리더십도 좋은 편이라고 증언했다. 1973년 가족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조국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열망을 말릴 수 없었다고했다. 고인의 통역을 맞은 강종헌은 아래와 같이 통역한 소회를 밝히면서 눈물을 흘렸다.

 

나도 그런 가혹수사를 받은 당사자의 한 사람으로서, 본인의 고통스러워하는 진술, 가족들의 애타게 호소하시는 그런 내용, 속으로 많이 울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가족이나 어느 개인이나, 국가로부터 받은 엄청난 국가범죄인데. 거기에 대처하기에는 너무 무력하구나. 그 당시에이제 겨우 재심을 통해서 무죄가 밝혀지고, 이제 민사배상소송 들어가 있는데, (슬픔을 억누르며) ‘받은 상처가 치유가 안 되는구나’, 특히 김승효 선생의 같은 경우 인간을 완전 파괴한 것 아닙니까? 그 책임을 누가 지겠냐는 거예요? 치유될 수 없는 거예요.”

  

고인과 교토의 리츠메이칸 대학에서 같이 공부한, 같은 재일동포유학생 간첩조작사건 피해자로서 고인의 가족과 친구의 통역을 맞은 유영수도 아래와 같이 소회를 밝혔다.

 

김승효같이 본인이 정신적으로 저런 상태이니까 (한국에) 못 가잖아요. 형제간이 없었으면 완전 매장된 거 아닙니까? 그리고 또 저와 같이 석방된 OOO라는 애는 히로시마 대학을 나왔는데 정신이상이 되었어요. 나와 같이 석방되어 나와서 공항까지 같이 갔는데. 근데 나와서 결국은 자살해 버렸잖아요. 정신병원에 다니다가. 그래서 과거에 억울하게 잡히고 고생한 비극이 있었던 것에 대해서 재심을 안 해도 구해주는 대책을, 앞으로 그런 비극이 안 생기도록 교훈 삼아 그 대책을 세워줬으면 좋겠어요.”

 

인권의학연구소 치유지원팀장 손창호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는 3일 동안의 면담결과를 바탕으로 고문피해에 대한 정신건강의학과적 조사보고서를 작성하여 법원에 제출했고, 2020116일 국가손해배상소송 공판에서 증언했다. 그러나, 김승효 선생은 2021113일 국가손해배상소송 선고를 보름 남짓 앞두고 안타깝게 생을 마감했다.

 


김승효 선생과 면담을 마치고 담소 (왼쪽부터 고인의 형 김승홍, 강종헌, 고 김승효, 이철, 손창호, 신윤경)

김승효 선생의 재심 민사재판을 위해 법원에 제출했던 ‘고문피해에 대한 정신건강의학과적 조사보고서’ 의 주요 내용을 다음과 같이 요약해 본다.

 

<고문과 수감생활이 조현병 발병에 미친 영향>

김승효씨의 경우 아래와 같은 근거로 고문과 수감생활중 스트레스가 조현병의 발병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1) 부모와 형제 중 다른 조현병 환자는 없다는 점에서 유전적 소인은 크게 없다.

2) 20여 일간의 극심한 고문과 그 이후 이어진 수감생활은 그 고통의 강도 및 기간으로 보아 정신신경계에 상당한 후유증을 남길 정도로 극심하였다.

3) 고문을 겪고 난 이후에 발병하였다는 점에서 시간적 개연성이 분명하다.

4) 고문기간 중 잦은 구타를 받으면서 조현병의 유발요인이라고 알려진 두부외상을 많이 당하였다.

5) 발병시기가 20대 중반 이후로 보여지는 바, 일반적인 조현병 환자들에 비해 다소 늦은 발병연령도 내재된 조현병이 발현되는 경우라기보다는 외부 스트레스에 의해 발병되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6) 현재에도 중앙정보부에 끌려갈 수 있다는 공포감에 시달리고 이와 관련된 피해망상적 사고가 보이는 등 증상 자체로 보아서도 고문의 영향이 발병에 지대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고문과 수감생활이 조현병의 악화에 미친 영향>

대부분의 신체적 정신적 질환과 마찬가지로 조현병도 조기에 적절한 치료적 개입을 한다면 이후 임상경과도 좋다. 김승효씨의 경우 19775월 교도소기록에도 이미 심각한 정신질환의 증상이 분명히 관찰되었으며 교도소에서도 이를 인지한 상태였다. 1980년초에는 완전히 폐인이 된 상태로 의사소통도 전혀 안 될 정도임에도 교도소측에서 의도적으로 방치하였다는 증언이 있다. 이러한 기록과 증언 그리고 그 이후의 경과를 살펴볼 때 수감생활중 의도적 방치와 학대가 조현병의 악화에 미친 영향은 명백하다.

 

<결론>

김승효씨는 현재 타인에게 완전 의존을 해야 하는 중증의 조현병상태이다. 또한 이러한 조현병의 발병과 악화는 1974년에 겪은 고문 및 그 이후 1981년까지의 수감 중 이루어진 학대와 방치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판단된다.

 


김승효 선생과 면담을 마치고 담소 (왼쪽부터 장경욱 변호사, 유영수, 고인의 일본인 친구)

재일양심수동우회 이철 선생은 고인은 국가폭력피해자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재일동포 간첩조작사건 피해자뿐만 모든 고문 등 국가폭력피해자들은 고문후유증과 트라우마로 크고 작은 고통을 겪고 있다.”고 했다. 고인이 된 김승효 선생이 하늘에서는 평안을 누리도록 그의 명복을 기원하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우리는 그의 삶과 죽음을 기억해야 한다.

 

최근까지도 정보기구의 민간인 사찰과 유우성과 같은 간첩조작 사건이 일어났다. 재발 방지와 수사정보기관에 대한 국회와 국민의 감시와 통제 등을 위한 법제도적 조치가 필요하다. 그리고 국가는 고문 등 국가폭력피해자의 삶의 회복을 위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 현재 국회에 고문방지 및 고문피해자 구제·지원을 위한 법률’(인재근 의원 대표 발의)이 계류 중이다. 하루빨리 통과되어 고문 등 국가폭력피해자에 대한 신체적·정신적 지원이 제공되어 이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경감시키고 이들의 삶에 지지와 존경을 표해야 한다.

 

[관련기사]

한겨레(2020.12.29.) 장경욱, “하늘나라에서는 꼭 아름다운 조국 땅 만끽하시기를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76427.html#csidx4871c4fe2d8ca1a8ca5d7d774d1039b

 

뉴스타파(2020.12.31.) 최승호, 우리 시대의 어둠의 증언자김승효, 스러지다 https://newstapa.org/article/EJty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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