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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칼럼] 용한 의사? 용한 환자! -1부- (2017.6.1)2017-08-21 14: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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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용한 의사? 용한 환자! -1부-
 

 인권의학연구소 소장 손 창 호 

 


 명의 또는 용한 의사란 도대체 무엇인가? 다른 병원에서는 낫지 못하는 환자를 낫게 해 주는 의사가 용한 의사인가? 그럼 과연 많은 용한 의사 중에 누가 자신이 다른 의사에 비해 치료율이 더 낫다고 얘기할 수 있는가? 어디에 그런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가? 그나마 수술을 하는 몇몇 질병의 경우에는 자신의 치료성적을 논문을 통해서 발표라도 하지만 우울증이나 트라우마 같은 질환의 경우 내가 아는 범위에서 개인의 진료방법이 남들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증거를 가진 의사는 없다. 아님 외래에 밀려오는 환자의 숫자나 벌어들이는 월수입을 가지고 명의를 가릴 것인가?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이지만 실력이나 지식은 좀처럼 돈이나 명성과 비례하지 않는다.

 용한 의사, 명의를 찾는 것은 모든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는 아주 자연스런 현상이다. 누군들 자신의 병을 깨끗하게 낫게 해 줄 하늘이 점지해준 의사를 만나고 싶지 않겠는가? 그러나 아주 불행히도 우울증이나 트라우마 후유증과 같은 대부분의 만성질환에서 용한 의사란 사실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만일 당신이나 당신 가족이 만성우울증이라면 말 그대로 그 우울증은 잘 낫지 않고 오랫동안 지속되기 때문에 그렇게 병명을 지은 것이다. 만일 용한 의사를 만나서 한 두 달 만에 나았다면 만성우울증이란 병명이 오진일 가능성이 훨씬 클 것이다. 용한 의사는 없다. 다만 용한 환자가 있을 뿐이다.

  

 용한 환자란 자신의 우울증이나 트라우마 후유증을 가장 효과적으로 다스리는 사람이란 뜻이다. 용한 환자가 되기 위한 몇 가지 요건을 들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진실에 직면할 용기를 가져야 한다. 당신이 앓고 있는 병은 완치가 안 되어 평생을 갈 수도 있고 어쩌면 얼마 못 살 가능성이 큰 병일 수도 있다. 어떤 경우이던 피하지 않고 맞서겠다는 용기는 용한 환자가 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이다. 당신의 담당의사에게 당신의 질병에 대해 축소하지도 부풀리지도 말고, 있는 그대로 말해 달라고 요구해라. 만일 이 말을 할 수 있다면 이제 당신은 용한 환자가 될 만큼 용감해 진 것이다. 의사를 믿지 않는 환자 못지않게 힘든 경우가 무조건 매달리는 환자이다. “선생님이 절 완치시켜 주리라 믿습니다.” 라는 환자의 신앙고백만큼 난감한 경우도 없다. 이런 태도는 의사에게 질병의 정확한 정보를 절대 말하지 말라고 강요하는 것이다.

 

 둘째, 자신의 질병이나 상태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불행히도 우울증이나 트라우마 후유증은 대부분 완치가 쉽지 않다. 우울증이나 트라우마 후유증이란 강은 너무나 넓어서 당신이 그 강의 흐름을 잘 파악하고 또 스스로 그 물살을 헤쳐 나갈 수영을 배우고 필요시에 적절히 구명조끼도 사용해야 만 건널 수 있다. 당신 스스로가 잘 알고 현명하게 대처해 나갈 경우에만 치료될 수 있다. 물론 다른 도움이 필요하다. 의사, 간호사, 심리학자, 사회사업가, 각종 예술요법 치료사나 작업요법치료사 등등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이들은 당신에게 도움을 줄 뿐이다. 그것도 당신이 원하는 만큼, 그리고 당신이 아는 만큼만. 따라서 먼저 필요한 것은 이들의 도움 못지않게 이들의 도움을 얼마나 현명하게 이용하는 가이다. 호미로 막을 것이 있고 가래로 막을 것이 있듯이 다양한 치료기법과 접근법도 그 각각의 쓰임새가 다르고 각각의 장점과 그 만큼 뚜렷한 한계가 있다. 이런 치료기법의 장단점을 환자 및 그 가족 자신이 명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세 번째는 끈기이다. 만성질환이라고 하는 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는 끈기이다. 우울증이나 트라우마 후유증은 만성질환이다. 오래가는 경우가 매우 많다. 1년 만에 해결될 수도 있겠지만 때로 당신의 수명만큼 오래갈 수 있다.

  


 한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많이 알더라도 정확히 알지 못하면 더 큰 문제라는 것이다. 따라서 명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 질병에 대한 낭설은 -특히 그 병이 위중하거나 만성적일 경우에는- 그 양상과 가짓수가 헤아릴 수 없다. 우울증은 어느 병원에 가면 완치된다던가. 무얼 먹으면 쾌차한다고 하는 등등 주변에서 들리는 소문에 대해 초연할 수 있어야 한다. 가능한 당신이 접하는 모든 정보는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확인은 당신 담당의사와 같이 하는 것이 제일 안전하다. 의사의 얘기만으로 확실한 신뢰가 안 가면 담당의사에게 의사가 얘기하는 근거를 말해 달라고 요구해라. 즉 의사가 얘기하는 내용을 증명하는 연구가 있었느냐 하는 것 말이다.
       
 소문 못지않게 조심스럽게 대해야 하는 것은 신문과 방송의 기사이다. 우리나라 언론이 신뢰를 잃어버린 것은 하루 이틀 일은 아니다. 80년 대 까지만 하더라도 군사독재라고 하는 상황논리가 어느 정도 언론의 잘못된 정보제공을 합리화 할 수 있었겠지만 내가 느끼기에 언론에 대한 불신은 소위 민주화 이후가 더욱 심화된 것 같다. 다른 점은 몰라도 의학정보의 전달이라는 점에서는 그렇다.

 

 일부 기자들이 제일 싫어하는 의사중 하나가 교과서적인 얘기를 하는 유형일 것이다. 방송이나 신문에서 무슨 병에 어떤 치료가 좋다거나 누가 잘 본다는 식의 기사가 나가면 최소 1-2주간은 그 병원의 외래는 미어터지는 경우를 종종 보고 나도 경험한 바 있다.  이런 현상은 그 병원이나 의사에게는 당연히 아주 바람직한 언론의 효과이다. 이런 효과를 미끼로 일부 기자들은 직접 대 놓고 취재원인 의사에게 “센세이셔날” 한 얘기를 해 달라고 조른다. 이것이 매부좋고 누이좋은 것이니까. 이런 상황에서 진실은 중요하지 않다. 뭔가 남들과 다르게 튀어야 호기심을 유발할 수 있다. 새로운 치료법이라면 당연히 이전 치료법보다 훨씬 뛰어나야만 뉴스로서의 가치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새로운 치료법이 날마다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보니 언론은 스스로 놀라운 효능을 가진 새로운 가상의 치료법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겨우 동물실험만한 약제의 결과가 방송에 나오고, 전혀 연구로서 기본도 갖추지 못한 임상결과 만을 침소봉대하여 획기적 치료법이라고 광고하는 언론은 매일 같이 접할 수 있다.

 물론 이런 것은 언론인과 의료인의 공동작품인 경우도 많이 있긴 하지만. 문제는 이런 식의 정보를 맹신하게 될 경우 정말 교과서적으로 입증된 과학적이고 효과적인 치료방법을 등한시 한 채 입증되지 않은 새로운 치료법을 시도하거나 아니면 실제 내용에서 아무 차이가 나지 않는 치료를 받으려고 병원을 옮기고 새로운 검사를 받아서 결과적으로 비용과 시간을 낭비하고 치료의 연속성을 잃게 된다는 점이다. 인터넷에 떠도는 얘기들은 더욱 더 믿을 가치가 떨어진다. 특히 인터넷의 경우에 그 부분만을 보면 옳은 정보가 종종 있다. 그러나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는 경우가 매우 많이 있다.

다음 회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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