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안심 꾸러미를 준비하면서...

 

  김근태기념치유센터의 문화치유프로그램인 길음판소리모임을 지난 2월 중순 이후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이유로 중단하였다. 참여자들이 거의 60세 이상의 고령자이고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고 있어서 코로나19 감염의 고위험군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전화로 안부를 서로 전하기도 하고, 신순애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사회적 거리 두기에 지쳐있는 심신에 도움이 될 만한 ‘집에서 매일 하는 운동’ 동영상을 보내드리기도 했다.

  이에 더하여 지난 고문피해자 후속실태조사 설문에 성심껏 응답해주신 고령의 생존자들과 치유프로그램에 참여하시는 고령의 생존자들의 건강에 도움이 될만한 “코로나 안심꾸러미”를 준비하였다. 코로나19 예방에 꼭 필요한 물품 목록으로 K94 마스크, 손소독젤, 손세정제, 휴대용 손소독제, 알콜스왑(휴대폰 세정), 손소독티슈, 치약 등을 사무국회의를 통해 결정하였다. 박은성 사무국장, 최미란 심리상담사, 정숙정 사회복지사가 함께 물품을 구입하고, 분류하고, 하나하나 포장하면서 손을 보태어 약 60여 명의 생존자들에게 꾸러미를 우송할 수 있었다. 이 땅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해 저항하고 희생하셨던 생존자 선생님들에게 감사와 건강을 기리는 마음을 함께 담아 정성을 다해 포장하는 연구소 스탭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코로나 안심꾸러미”로
소중한 선생님의 건강을
질 지켜주세요!  

   코로나19 확진자가 1만 명을 넘고 사망자가 200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감염의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질병관리본부와 정부가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우리 사회는 코로나19의 공포에 갇혀 사망자에 대한 추모나 감염자와 자가 격리 중인 이들의 고통을 드러내지 않았다. 분명 이들은 코로나19의 일차적 피해자이지만, 우리 사회가 이들의 고통을 주목하지 않고 암묵적으로 낙인을 찍으면 환자로서 존중받지 못하고 비난과 배제의 대상이 되고 만다.

  또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개개인의 일상은 심각하게 제한되고 있으나, 모두 현재 상황을 그저 견디어낼 뿐 목소리를 내지 못한 지 오래되었다. 워낙 코로나19의 확산 속도가 빠른 이유로 다른 신경을 쓸 겨를이 없다고 할 수 있겠지만 위기 상황일수록 희생양 만들기나 개인의 과도한 인권 침해를 방지하고, 취약계층의 고통에 더 관심을 기울일 수 있어야 진정한 선진국이 아니겠는가? 그런 맥락에서 최근 미국이나 이탈리아 호주 등에서 코로나19 감염원이라는 낙인을 찍어 아시아인들에게 행해졌던 폭력 사례들은 그 국가들의 위상을 재확인하게 하였다. 
 

   최근 정부는 자가 격리자의 무단이탈을 방지한다는 명분으로 전자 팔찌 도입의 가능성을 말하였다. 이러한 발상은 수많은 이들의 저항과 희생으로 얻어진 인권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심각하게 도전하고 훼손시키는 것이다. 자가 격리 준수를 위해 덜 제한적인 다른 조치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가장 손쉬운 방법을 도입하는 것은 과거 권위주의 체계로의 회귀를 예시하는듯하여 참으로 우려되는 일이다. 코로나19는 많은 숙제들을 우리에게 남기고 있으나, 이 어려움에서도 우리가 잊지 않아야 할 것은 오랫동안 목숨으로 지켜온 소중한 인권 가치들이 훼손되지 않고 지켜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점이다.